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실성 없는 것으로 평가된 지분형 주택

새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지분형 주택분양제도가 민간자금 회수의 덫에 걸려 좌초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분형 아파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금융 당국에 투자지분 유동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것을 막으려면 해당 주택을 자산으로 자산담보부증권(ARS)을 발행해야 하지만 투자지분에 근거한 유동화증권의 만기를 확정할 수 없고 투자기간 중 현금흐름도 없어 신용평가 등급 산정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조건에서 ABS 발행을 강행하더라도 조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비율은 초기 투자자금의 38%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분형 주택분양제도는 영국의 지분공유제를 벤치마킹했지만 집값이 올라야 성공할 수 있는 제도로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집값이 계속 올라 10년 뒤 두 배는 된다는 전제 아래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해야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있고 실수요자가 나머지 지분을 살 수 있지만 시세로 구입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최소 25%의 지분을 취득한 뒤 임대료를 내다 돈을 모아 나머지 지분을 감정가에 사서 내 집을 마련하는 영국식 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거나 실소유자에게 월세를 받아 투자자에게 주는 방안도 있지만 당초 지분형 주택분양제도를 도입한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와는 사뭇 달라진다. 지분형 주택분양제도는 참여정부가 시도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 즉 ‘반값 아파트’와 유사하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반값 아파트는 저렴한 택지 부족과 분양가상한제 전면실시에 따른 상대적인 메리트 감소로 시범사업조차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설문조사에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직접 입주하겠다는 답변은 30% 수준에 그쳤다. 새 정부는 무주택자의 기대만 부풀리지 말고 지분형 주택분양제도 도입이 불가능하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획기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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