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다가오는 월스트리트의 분노


최근 미국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반(反)월가 시위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핵심에 있으면서 현재 세계경제를 어려움에 몰아넣었고 그 과정에서 일반 미국 시민의 삶을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인 금융기관이 정작 자신은 구제금융으로 살아나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대형 은행에 저금리 수혜 집중 이것은 사실 금융 부문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금융 부문의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는 개별 금융기관을 부도 위기에 처하게 만들고 심한 경우 경제 전반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문제는 대형 금융기관은 부실해지더라도 사실상 망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형 금융기관의 부도가 경제 시스템에 주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 금융기관이 사전적으로는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지만, 실제 위험이 현실화돼 어려움에 처하면 정부는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은 겉으로는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위험추구를 통해 수익을 꾀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것이다. 그 결과는 위험한 투자를 추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형 금융기관에서 사유화(私有化)하면서 실패했을 때의 손실은 공적 부문에서 보전(손실의 사회화)하는 형태로 나타나고는 한다. 그리고 여기에 분노한 미국인들이 월스트리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월스트리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저금리 기조를 통해 국내 대형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낮아진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조달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금리도 낮아져야 하지만 대형 은행들의 과점적 체제로 인해 대출금리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그 결과 대형 은행들은 예대금리차가 크게 확대돼 높은 수익을 거뒀다. 최근에는 예대금리 차이 확대 속에 늘어난 이익을 은행들이 고배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당은 기업의 상황과 여러 여건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떤 배당 정책이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또한 배당 가능한 이익 범위 안에서 그 액수를 결정하면 자산건전성이 훼손되거나 부실 징후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적인 제재를 가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정책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춘 이유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여 경기를 부양하기 위함임에도 저금리에 따른 이익은 소수의 대형 금융기관이 향유하고 실제 기업과 가계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상황 속에서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대출능력을 늘리고 위기 발생시 위험흡수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배당보다는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자발적 노력이 요구된다. 고배당 자제ㆍ자기자본 확충을 고배당과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대형 금융기관 경영진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다. 이익을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공적 부담으로 처리할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추구는 기본적으로는 대형 금융기관 경영진이 위험추구가 성공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급여에 대해서까지 직접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자신의 급여를 포함한 기관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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