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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한복, 입어서 자랑스러운 우리 옷


한복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한복은 외국인 인식 조사에서 김치에 이어 국가 브랜드 이미지 2위를 차지할 만큼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민에게 외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국민 대다수는 한복에 대해 '멋있고 아름다운 옷'이지만 '입기에는 불편한 옷'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명절에도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추진해온 한복의 생활화ㆍ대중화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행사에서 예복으로 즐기는 등

그렇다면 한복은 일상을 떠나 박물관 전시품이 돼야 하는 운명일까. 알고 보면 한복의 매력은 아주 많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 한복 앞여밈의 평면적 구성은 여유로움과 여백의 미, 인체를 속박하지 않는 넉넉함, 착용의 편리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한복은 과학적이고 위생적이고 기능적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한복은 아름답다. 체형의 단점을 가려주는 미덕도 갖추고 있다. 최근 TV 드라마나 영화의 사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입은 한복을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이다. 구미를 비롯한 각국의 외국인들도 한복의 특별한 매력에 눈을 뜨고 있다.


문제는 한복이 불편하고 비싸며 어딘지 시대에 뒤진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한복의 미래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첫걸음은 먼저 '전통'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 돼야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은 19세기 혹은 20세기 초에 우리 조상들이 향유하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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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이전의 것은 전통이 아닌가. 19세기에는 그 이전의 전통을 바탕으로 당대에 맞는 것을 새로이 창조했다. 법고창신(法古創新)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전통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도 유독 100여년 전의 그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이렇게 전통을 새로 규정한다면 한복을 보다 편하게, 덜 비싸게, 시대를 앞서가는 느낌을 갖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정제된 '전통 한복'은 그것대로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2월 대통령 취임식 후 광화문 복주머니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권위와 장엄함을 보여주고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복을 입었으며 향후에도 국내외 각종 행사에서 한복을 자주 입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이 한복을 먼저 개인적으로 혹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입어서 자랑스러운 우리 옷'즉 예복(禮服)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들렸다. 한복인으로서 귀가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예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입고 활동하기에 당연히 불편하다. 한복도 마찬가지다. 한복이 '입어서 자랑스러운 우리 옷'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주요 행사 때 솔선해서 입어야 한다. 또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수시로 한복을 접하도록 하고 어릴 때 자주 입혀서 성인이 된 후에도 한복을 즐겨 입을 수 있게 하자.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진행되려면 별도의 기구도 필요할 것이다. 가칭 '한복진흥원'같은 것 말이다.

시대에 발맞추는 한복문화 만들어야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복의 미래를 고민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모처럼 꽉 찬 좌석의 반 이상을 한복을 입은 분들이 차지한 가운데 한복인과 함께 그래픽 디자이너, 건축가, 의상 디자이너, 영화인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복 명장 아홉 분이 각각 대통령이 입으면 좋을 한복을 만들어 전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이 정부의 한복정책에 대한 한복인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한복을 예복으로 승화시키면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예복으로서 한복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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