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53ㆍ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에 대해 "엔화 탓을 하지 말고 엔저 현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현상에 대해 불평만 하지 말고 20년간 엔고 상황을 버텨온 일본의 저력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이 과거 20년의 엔고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를 배워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정부가 환율을 손질해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는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엔저로 대변되는 아베노믹스를 비판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다가 지난 2011년 ADB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본의 흐름에도 취약할 뿐 아니라 환율도 엔화 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엔저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환율 조정으로 맞대응에 나서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이) 엔화 약세를 두고 불평하면 불평할수록 다른 국가들도 (한국에) 과거 엔화 강세로 일본이 고통을 겪을 당시에는 왜 우리(한국)가 침묵했느냐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출구전략 돌입 시점과 관련, "미 경제의 성장세가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며 "이런 수준이 연말까지 유지되고 유럽에도 별 문제가 없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올 하반기 출구전략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그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국제자본이 몰리는 한국ㆍ홍콩ㆍ싱가포르ㆍ대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인도네시아ㆍ미얀마ㆍ캄보디아ㆍ베트남은 오히려 혜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엔화 채무가 많아 엔저로 부담이 줄고 일본에 에너지자원 수출로 이익을 보고 일본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미얀마ㆍ캄보디아ㆍ베트남은 일본 경제회복으로 유리해진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