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윤수의 경영미학] 투명·민주경영해야 위기 막는다

또 다른 일간지는 「무책임한 문어발식 경영에 족쇄」라는 기사에서 총수1인의 「황제경영」을 비판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무능한 2세, 3세의 부의 세습과 경영대물림 관행을 개탄하고 있었다.한때 압축적인 경제 성장의 모델 국가로 부러움을 샀던 한국이 IMF를 당하면서 추락했다. 그 원인과 대책이 요란했다. 공산주의 국가가 붕괴한 후 이데올로기 대립과 경쟁이 사라졌다. 자본주의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카지노판에서 머니·게임에 몰두하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른바 핫·머니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싱가포르처럼 투명하고 민주적인 경영시스템을 토대로 기업경쟁력이 탄탄한 국가가 아니면 파도처럼 덮치는 금융,경제위기를 모면키 어렵다. 한국도 고비용 저효율을 염려해 왔다. 정경유착의 밀실경영이 판치고, 빚더미 위에서 총수1인의 독단적이고 방만한 확장경영이 IMF를 불러들였다고 진단됐다. IMF이후 2년이 흐른 시점에서 앞서의 기사를 보는 것은 착잡한 일이다. IMF극복에 비책이란 있을 수 없다. 첫째, 국가나 기업 모두 빚이 아주 적은 건전경영을 해야 한다. 재벌총수들의 전횡과 탐욕에 의한 문어발식 중복 과잉 투자에는 무리한 상호출자, 차입경영이 피할수 없다. 항상 자금의 가수요가 존재하고 자금 수요가 공급을 웃돌게 마련이다. 금리 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수지가 맞을 리 없다. FILA코리아의 경우 96년 사례를 예로 들자면, 매출액은 1,500억원, 법인세로 120억원을 넘게 내고도, 순이익이 195억원에 달했다. 한국 전체 기업중에서 순이익 순위로 97위를 마크했다. 많은 기업들이 순수한 이익보다 자산을 재평가해서 가공 이익을 부풀린다. FILA코리아는 사업을 해 오면서 남의 돈을 빌려 쓴 적이 없다. 오히려 96년에는 은행이자 수익만 24억여원에 달했다. IMF치하 초고금리는 FILA코리아에게는 오히려 많은 플러스를 주었다. 둘째, 투명한 경영, 민주경영이다. 황제경영, 정경유착에 의한 밀실경영이 아니다. 완벽한 정보와 데이타를 본사, 대리점, 생산 협력업체와 모든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빠르고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이 뒤따른다. 독단적이고 밀실경영에서 오는 불만과 부작용이 없다. FILA코리아의 경우 IMF가 닥쳤을 때 모든 관계자가 모여 터놓고 「민주대토론회」를 열었다. IMF에 따른 가처분 실질소득의 축소는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위축시킬 것이다. 따라서 FILA의 생존 역시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작업을 하면 된다는 상황판단이 자연스레 수렴됐다. 그리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워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 브랜드의 통합과 대리점의 효율적 감축이 뒤따랐다. 불요불급한 사업이 중단되었고 구조 조정에 따라 650명에서 350명선으로 인원의 감축도 단행됐다. QRS(QUICK RESPONSE SYSTEM)를 도입하여 스피드 경영에 박차를 더욱 가하여 재고를 최소화했다. 광고도 1대 1 마케팅으로 밀착시키는 정책을 강화했다. FILA 인티모등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도 시도됐다. 대리점의 존립과 수익성 확보를 중시했다. 백화점 FILA코너에는 숍마스터에게 성과급제를 실시하여 숍당 매출이 급신장하는 결과도 얻었다. 협력업체에 상품대금을 파격적으로 현금 결제하여 줌으로써 함께 하는 가족의식을 높였다. 자진하여 사장의 연봉을 30%, 임원은 20%, 직원은 15%씩 내렸다. 이태리 본사의 지시가 아니었다. 지금은 연차적으로 모두 회복됐다. 이외에도 많은 당연한(?)조치가 순발력 있게 집행되었다. 이는 평소부터 풍부한 자금력, 투명경영에 의한 신뢰, 스피드 경영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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