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형우 한솔제지 사장(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전문경영인)

◎한솔 고속성장 이끈 개혁주의자/삼성서 분리 5년만에 매출 10배 신장/정보통신 주력육성 중장기전략 주도/“조화 중시… 인간관계·전문성 갖춰야 사회기여” 신념「42년 경남 의령 출생으로 1백66㎝ 키에 몸무게 64㎏. 마산고·한양대 화공과 졸업. 국수류를 좋아하고 음악감상이 취미며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즐겨부름. 주량은 소주 1병.」 재계 순위 22위인 한솔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한솔제지 구형우 사장(55)의 신상명세서에는 소탈함이 느껴진다. 구사장은 3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없는 한솔을 사실상 이끌어가고 있는 좌장격. 지난 67년 한솔제지(구 전주제지)에 입사, 만 30년동안 한솔에서만 몸담아 온 정통 한솔맨으로 한솔이 지난 91년말 삼성에서 분리, 독립한 이듬해부터 현재의 위치에 올라 6년째 한솔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솔은 분리당시 3천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5년만에 무려 10배(3조원) 늘어났고, 계열사 20개의 대그룹으로 변신했다. 이런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한솔과 반평생을 같이한 구사장의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경영진과 종업원 그리고 주주는 공존의 삼각관계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구사장의 경영철학이다. 구사장이 한솔의 최대장점으로 서슴없이 「조화」를 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구사장의 경영철학은 30년 경험과 가슴속 깊은 곳에서 녹아난 것이다. 구사장은 장손이다. 『어릴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의 권위주의 틀 속에서 자라 상명하달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렸다』고 회고한다. 따라서 경영패턴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톱다운방식이 선행된 후 조화, 자율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됐다. 『부하사원을 믿고 밀어주면 못해내는 것이 없었지요. 자율을 주면 스스로 책임을 느끼더군요. 무턱대고 책임경영을 강조하면 서로간 믿음의 축이 기울고 그것이 회사전체로 파급돼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는게 이런 변화의 이유다. 구사장은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다. 구사장의 인생관도 경영현장의 곳곳에 배어있다. 『사람은 누구나 두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인간관계고 다른 하나는 전문성이죠. 두가지를 갖출 때 스스로 만족하고, 사회에 기여한다고 본다』는게 구회장의 신념이다. 이런 신념은 ▲고객과 호흡하고 ▲팀웍을 발휘하며 ▲창조성이 풍부한 전문인을 등용하는 그룹 채용방침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구사장은 「전문경영인」임을 강조한다. 『항간에는 한솔에 회장이 없다고 하지만 그룹오너는 이인희 고문(69)입니다. 다만 그룹의 큰 가닥만 잡고 웬만한 것들은 전문경영인에 맡기는등 독특한 경영스타일이 타 그룹과 다를 뿐이다』는 것. 『물론 가끔씩 이고문과 의견대립이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 관계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조화를 중시한다고 그를 부드러운 경영인으로 보면 큰 착오다. 그의 가슴속엔 항상 변혁이 꿈틀거리고 있다. 구사장은 『나는 개혁주의자』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잭 웰치 미 GE회장을 존경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모든 것이 변합니다. 지난 1백년동안 일본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잖아요. 국내상황도 마찬가지 입니다.』 끊임없는 개혁을 부르짖는 구사장은 1백년이 지나도 굳건히 존재하고 있는 한솔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구사장은 『한솔도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제지를 벗어나 정보통신사업을 주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고 말한다. 한솔하면 정보통신이 떠오를 정도로. 그룹이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세계화 전략, 2000년대 중장기 마스터플랜도 이같은 관점(변화)에서 출발한다. 더 이상 국내기업이 아니라 세계속의 한솔로 뻗어나가기 위한 대장정이 구사장의 변혁과 더불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홍준석> □약력 ▲67.2 한양대 화공과 졸 ▲67.1 삼성그룹 입사 ▲85.2 한솔제지 상무 ▲92.12 한솔제지 대표이사 부사장 ▲93.12 한솔제지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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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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