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어설픈 유해물 심의 기준

유튜브와 미국 빌보드, 영국 음반차트 등을 석권하며 세계를 '강남스타일'로 물들인 가수 싸이. 그의 후속곡 격으로 9일 현재 유뷰브에서 조회수 700만 고지에 올라선 5집 타이틀곡 '라잇나우'가 법원과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10년 말 발표된 이 곡은 '인생은 독한 술' '아주 놀고 자빠졌네.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아주 생 쇼를 하네'라는 가사의 두 대목 때문에 여성가족부 심의에서 청소년 유해물, 이른바 '19금'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싸이는 2010년에 라잇나우를 발표하고도 방송활동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야 유튜브에서 빛을 보는 중이다.


이를 두고 국회 문방위 소속 전병헌 의원은 8일 국정감사에서 1년에 1,000여곡이 유해 판정받는 현상을 비판하며 여가부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 중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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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4일에는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이 여가부가 청소년 유해 음반 심의와 관련한 최근 1년의 행정소송 4건에서 모두 패소했음을 지적했다. 해당 곡은 SM더발라드의 '내일은'과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김현중의 '제발', 오렌지캬라멜의 '방콕시티' 등이며 싸이의 라잇나우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싸이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것과 비례해 정부 기준이 점입가경인 것은 여가부가 뒤늦게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에 대한 철회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단순히 술ㆍ담배 등의 용어를 포함하거나 비속어 사용이 과도하지 않은 곡에 대해 유해물 결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싸이의 라잇나우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 법무법인이 이 곡에 대한 '19금 해제'를 청원한 것에 대해서도 여가부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유해물 해제 소송의 1심 선고를 미뤄달라고 법원에 요청해둔 상태다. 같은 날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이날 유해매체물 취소 여부 및 심의 규정에 대한 '달라진' 입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가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곱게만 볼 수 없는 것은 이처럼 단어 몇 개로 유해성을 판단하는 자의적 기준 때문이다. 그룹 10cm의 '아메리카노'에서 '담배'와 2PMㆍ보드카레인의 가사에 '술' '맥주'가 들어갔기 때문에 유해매체로 지정됐던 것은 네티즌의 웃음거리가 됐다. 법원에서 줄줄이 패소한 것 역시 여가부의 자의적 심의에 따른 결과이며 세칙 개정 1년 만에 태도를 바꾸는 것 역시 '입맛대로'다. 여가부의 문화에 대한 잣대만은 부디 문화적이기를 바란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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