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이패드에 인텔칩 쓰려다 부사장 결사반대로 삼성칩 선택"

■'스티브 잡스 전기' 세계 20여개국서 동시 출간


"아이패드에 인텔칩 쓰려다 부사장 결사반대로 삼성칩 선택" ■'스티브 잡스 전기' 세계 20여개국서 동시 출간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양부모는 "1000% 부모님" 생부엔 "정자은행"印순례 여행 후 "서구한계 목격" 선불교 심취특유의 완벽주의 경영철학은 양아버지 때문 "많은 경험 없어진다 생각하니 기분 묘해져"죽음 앞두고 아이작슨과 대화서 속내 보여 지난 5일 타계한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1955~2011)가 당초 아이패드에 삼성전자가 아닌 인텔에서 제작한 칩을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아이팟 부분 수석 부사장이었던 토니 파델이 사표를 던질 각오로 잡스를 설득한 끝에 A4 칩으로 낙점, 삼성전자가 이를 맡아 제조하게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 전 최고경영자(CEO)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스티브 잡스'가 24일 오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20여개 국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전문 번역가 안진환씨가 번역해 총 944쪽 분량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전기는 잡스가 생전에 직접 아이작슨에게 의뢰해 집필된 것으로, 아이작슨은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했으며 그의 친구, 가족, 동료, 라이벌 등 100여 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 책을 썼다. ◇아이패드에 삼성 칩을 왜 쓰게 됐을까=책에는 삼성과의 인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당초 잡스는 매킨토시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에 인텔 칩을 사용하려고 했다. 인텔이 개발하고 있는 낮은 전압의 아톰 칩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특정 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했고 잡스 역시 동의했다. 하지만 인텔은 배터리 수명을 관리해야 하는 기기보다 전원을 따로 공급 받는 장치에 사용하는 프로세서를 제작하는 데 익숙했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잡스가 모바일 칩 제작을 인텔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자 아이팟 부분 수석 부사장이었던 토니 파델은 애플 배지를 테이블에 놓고 사직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소개돼 있다. 파델의 신념은 확고했다. 고성능을 위해서라면 인텔이 최고지만 칩에 프로세서만 담기 때문에 다른 부품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ARM(Advanced RISC Machine) 아키텍처 기반의 칩이었다. 단순하고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데다 칩 하나로 프로세서와 그래픽, 모바일 운영체제, 메모리 컨트롤 기능을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잡스가 파델의 손을 들어줬고 애플은 ARM 아키텍처의 라이선스를 얻는 한편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회사인 P.A 세미를 인수했다. 이후 아이패드에 탑재된 A4 칩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제조하게 됐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추천사에서 잡스와 첫 대면한 시점을 2004년 12월6일로 적고 있다. 황 사장은 비장의 무기였던 플래시메모리라는 카드를 들고 잡스와 대면했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어 모바일 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황 사장은 "그의 압도하는 눈빛, 그리고 그가 내보이는, 우주를 품은 듯 미래를 읽어내는 범접하기 어려운 혜안은 나를 극도로 긴장시켰다"며 "잡스는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대융합의 시대는)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그의 말이 지금 귓전을 맴돈다"고 회상했다. ◇잡스의 삶과 가치관=어린 시절 입양된 잡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누군가가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서는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중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프슨에게 직접 전화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며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잡스가 선불교와 극단적인 채식주의에 빠지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인도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잡스는 "서구 사회의 광기와 이성적 사고가 지닌 한계를 목격했다"며 "인도에서 돌아온 후 선불교는 내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구술했다. 선불교의 영향으로 물질적 소유에도 무관심해 사는 집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고 가구도 거의 없이 단출했다. 집이 너무 검소해 방문했던 빌 게이츠가 당황하며 "가족 모두가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정도라고 한다. 잡스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과 아르놀트 에렛의 '디톡스 식습관의 치유 체계' 등을 읽으면서 야채와 과일만 먹는 채식에 빠져들었고 아울러 장기 단식을 정기적으로 단행함으로써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씌어 있다. ◇잡스의 '완벽주의' 경영 철학=제품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을 쓰는 잡스 특유의 완벽주의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장롱이나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안 보이는 뒤쪽까지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디자인에 집착했다. "한 번은 잡스가 매우 안정적인 상태일 때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그것을 벗겨내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라고, 그러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그가 일하던 비디오 게임 제조회사 아타리 게임의 단순함과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클러 주택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됐다고 책은 소개했다. ◇잡스의 마지막 대화=전기는 잡스가 아이작슨과 죽음에 대해 나눈 대화로 끝을 맺는다. 그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모든 것이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며 "그래서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잡스)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버리는 것이지요." 그는 또 한 번 멈췄다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887쪽) ◇서점가 뜨겁게 달구는 잡스 열풍=국내 온ㆍ오프라인 서점도 잡스 열풍에 들썩이고 있다. 이날 정오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정문 앞에는 특별 판매대가 설치됐고 2,000권이 진열됐다. 판매 2시간 만에 200부 정도가 팔려나갔으며 주요 온라인 서점 부문에서는 당일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곧바로 베스트셀러 순위 5위권에 진입했다. 지난주 초판 10만 부를 인쇄했던 민음사는 오는 28일까지 8만 부 추가 인쇄에 들어갈 방침이다. 출간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2쇄 인쇄가 20만 부 가까이 이뤄지는 사례는 출판계에서 극히 드문 현상이다. [IT·과학&자동차] 앗! 내가 몰랐던 정보들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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