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소비자신뢰지수가 2분기 연속 세계 최하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20일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에 따르면 1·4분기 글로벌 소비자신뢰조사는 97로 지난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했으나 한국은 46으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 꼴찌다. 국내 소비자의 비관심리가 세계 최악 수준이라는 뜻이다. 기업 투자도 여전히 냉랭하다. 3월 설비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3.9% 감소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3.6%로 금융위기의 와중이던 2009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러니 시중의 돈이 갈 곳을 못 찾는 것도 당연하다. 이날 한국은행 집계 결과 현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예금, 요구불 예금을 합친 협의통화(M1)는 3월 평잔 기준 600조7,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나 늘었다. 이로써 총유동성(Lf·평잔 기준)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중도 20.7%로 2007년 3월의 21.5%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동성의 단기부동화는 저금리 탓이 크다. 예금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만 자꾸 늘어나고 정작 소비와 투자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자본시장에서는 돈이 풍년이어도 소비와 투자의 길목에서는 '돈맥경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이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한은의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자금의 단기 부동화만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제대로 돌지도 않는 판에 돈을 풀기만 하면 뭐하나. 모디노믹스를 앞세운 인도를 보라. 1·4분기 소비자신뢰지수가 130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세계 으뜸을 차지했다. 성장 위주의 시장친화적 개방정책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가 7.5% 성장해 중국(6.8%)을 웃돌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이젠 우리도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돈 풀기는 사상누각일 뿐이라는 점부터 깨닫고 정책 흐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