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자! 소재강국으로] <5> 소재강국 가는 길

조립가공위주 불균형 산업구조 개선 시급<br>원천기술 보유 기업은 국가차원 육성을<br>기업들도 국내개발 신소재 적극 활용해야


글로벌 경쟁에 진입하면서 완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소재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완제품 조립생산 능력의 세계적 평준화 추세로 첨단소재의 기술적 우위가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장기침체를 겪는 상황에서도 소재산업이 제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최근 우리 산업계에서 대일 무역역조 극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국내 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대안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특히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ㆍ브라질 등 후발국의 도전이 만만치 않고 우리나라가 세계 광업시장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소재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미래시장을 선점하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민동준 연세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존 소재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소재의 경우 5년 과제로,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소재는 10년 과제로 나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소재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조립가공에 편중된 산업구조 개선=그동안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에 주력하며 조립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에 치중해왔다. 이로써 완제품 수출이 늘어날수록 소재 수입이 증가하는 수입유발형 산업구조가 고착됐다. 지난 2003년의 금속 및 화학소재 수입규모는 각각 132억달러와 103억달러. 90년과 비교하면 각각 274%, 192%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본재 무역이 계속 적자를 기록해 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시장 지배력이 큰 기초소재를 보유한 기업들을 적극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재강국 일본의 경우 90년 이후 소재기업이 제조업의 33%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윤영수 건국대 교수는 “30여년간 조립산업에 치중, 소재강국과 비교해 10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벌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제라도 불균형적 산업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가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재산업 육성 위한 기반 구축 절실=일본과 유럽 등 소재 선진국은 이미 3대 소재 분야별 ‘소재정보은행(Materials Bank)과 원천기술실용화센터’를 설립, 소재 인프라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소재산업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재 관련 정보를 수요자 중심으로 가공, 보급하고 개발된 소재 원천기술을 완제품에 적용해 산업경쟁력 제고와 연계하고 있다. 주력산업용 소재를 국산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정부도 이와 관련, 95년 이후 국책연구소와 대학 등 다양한 연구기반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소재산업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미흡해 연구기관 사이에 기술협력 연계가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원천기술 활용 및 확산도 저조하다. 김진환 성균관대 교수는 “대학과 연구소가 중심이 돼 1단계 기초연구를, 기업이 주도해 2단계 응용연구를 추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소재산업의 일관된 정책추진이 가능하도록 기반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연 협력체계 강화 서둘러야=국내 대기업은 국산 소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완제품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투자회수가 빠른 완제품 기술 개발을 선호해 소재산업 육성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개발한 신소재를 국내 대기업에 연계하지 못해 상용화가 늦어지는 사례도 많다. 이로 인해 개발된 신소재의 완제품 적용이 제한됨으로써 소재산업의 저변확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소재 분야는 국제과학논문색인(SCI) 게재 논문 건수가 세계 5위에 들어갈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전문인력을 연계할 기업과 학계ㆍ연구소의 협력체계만 강화된다면 소재산업 육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조경목 부산대 교수는 “일본이 80년대 중반부터 정부 연구소와 기업의 공동연구를 통해 급성장했던 데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도 소재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 협력체계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 포스코 '금속소재 강국' 일등공신 매출 1.36% 연구개발 투자 '세계최고'…한국, 선진국과 기술격차 1~2년 불과 국내 소재산업 중 유일하게 기술력이 소재 강국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금속소재. 그 이유는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코는 3,142만톤의 철강 생산량을 기록한 세계 4위의 철강업체다. 일본 등 선진국과 품질경쟁력을 비교해도 1~2년 정도의 격차밖에 없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 등 후발국에 비해서는 4~5년 이상 앞서 있다. 이는 미래경쟁력이 연구개발(R&D) 투자에 달려 있다는 경영전략에 충실한 결과다. 지난해의 연구개발비는 2,952억원. 총매출의 1.36%로 해외 철강사보다 높은 수치다. 일본의 신일철(1.3%), 유럽의 아르셀로(0.5%), 코러스(0.7%) 등과 비교해 탄탄한 재무력을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절대적인 연구개발비보다는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에 따른 효율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선보인 파이넥스 공법과 스트립 캐스팅 등 혁신적인 철강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권오준 기술연구소 소장은 "오는 2008년까지 고급강 생산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자동차용 강판과 고급 API강, 고급 전기강판 등 8대 전략제품을 선정,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는 미래 철강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술연구소 산하에 광양 자동차강판연구센터와 포항 API강재가공연구센터를 별도로 설치한 것은 전략제품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더욱 신경을 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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