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일·중러의 신냉전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4개국 정상들이 최근 연쇄 회동을 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갈수록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일본이 한편으로, 또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한편으로 지난 90년대 냉전체제가 무너진 이래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마치 신냉전시대가 열린 것 같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끝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은 미ㆍ일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평가까지 받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CNN방송은 고이즈미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함께 있는 모습에 하트 모양을 그려넣는 것으로 두 사람이 ‘열애’ 중임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5년간 미국의 정책을 맹목적으로 지지했으며 부시 대통령도 일본의 후견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애정’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로 손을 잡았다. 두 정상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등 양국을 군사동맹 관계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반면 미국은 커가는 무역 적자 등 경제 문제로 중국과 계속 삐끗거리고 있다. 후 주석은 4월 방미에서 백악관 공식만찬도 받지 못할 정도의 푸대접을 당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계속 반대하면서 미ㆍ러 관계도 순탄하지 않다. 즉 미ㆍ일-중ㆍ러간에 ‘신냉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도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물론 각 진영 관계가 강철처럼 강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한국이 행동할 공간을 만들어준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 정계에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국 상임이사국 진출 실패가 미국의 무관심 때문으로 일본은 생각한다. 100년 동안 유라시아 주도권을 두고 다툰 중국과 러시아도 여전히 시베리아송유관 건설이나 에너지 가격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나름대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틈은 있는 셈이다. 정확한 국제 정세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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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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