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웃고 울리는' 월드컵

시험 앞둔 학생·고시생 "안볼수도 없고…"<br>성적 안좋을 경우 '집단 무기력증' 우려도

월드컵 개막을 2일 앞두고 월드컵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시차관계로 주로 늦은 밤과 새벽에 열리는 이번 ‘2006 독일월드컵’은 호프집과 나이트클럽 등 특수가 예상되는 이른바 ‘월드컵 업소’들을 더욱 들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사회적인 무기력증이나 체념 등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호프집ㆍ의류ㆍ가전업계 ‘함박 웃음’ 월드컵 필수 응원복장인 붉은색 티셔츠와 경기관전을 위한 필수품인 TV등을 파는 가전업체들은 최근 폭발적인 매출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붉은악마 공식 응원복 제작업체인 베이직하우스는 티셔츠 100만장을 제작해 5월 한 달에만 30만장을 판매하는 등 벌써 60만장을 팔았다. 최근 안중근 의사의 그림을 넣은 응원복을 출시한 월드컵공식 티셔츠 제조업체 협의회도 새 디자인의 응원복이 불티나게 팔리자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전제품 대리점에도 더 크고 깨끗한 화면의 대형 PDP와 LCD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한달간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5% 늘었는데 그 중 PDP가 80%나 늘었다.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월드컵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밤 늦게 월드컵 경기 관전이 가능한 맥주집과 술집들도 영업시간 연장, 경품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도 ‘대박'을 터뜨렸던 이들 업소들은 대형 TV를 새로 들여놓은 것은 물론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맥주나 안주를 돌리는 방식으로 ‘올빼미족’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 월드컵이 뭔지, 심각한 후유증 우려도 하지만 월드컵 열기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썰물처럼 손님이 빠져 버리는 도심의 음식점들과 밤늦게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 응원장 뒤치닥 거리를 도맡아야 하는 미화원 등은 ‘월드컵이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쏟아 낸다. 서울광장 주변 청소를 맡고 있는 중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경기가 주로 밤에 있어 청소인력을 동원하는데 힘이 든다”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쓰레기량이 10톤을 넘었고 토고전에는 차량 6대와 환경미화원 50명을 투입할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는 고시생들도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사회 분위기에 못내 눈살을 찌푸린다. 오는 26일 행정고시 2차 시험을 앞둔 양모(24)씨는 “시험은 며칠 안 남았는데 집중은 안되고 경기는 보고 싶어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H 여행사 대표는 “월드컵 때문에 6월 국내 답사여행 예약율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졌다”며 “한국팀이 이기는 것은 좋지만 졌을 경우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 상 한국인 전체가 ‘집단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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