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스페인 "괜찮다" 불구 시장은 불안

■포르투갈 구제금융 신청…스페인으로 불똥 튈까<br>높은 실업률에 ECB 기준금리 인상 등 우려<br>대형銀에 부실 저축銀 인수 강요 등 압박<br>스페인, 재정문제 뇌관 제거 물밑작업 나서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마저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하자 금융시장의 불안한 시선이 유로존의 또다른 재정 위기국인 스페인으로 쏠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나서 스페인의 경제 상황은 다른 재정위기국과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때문에 스페인 정부는 겉으로는 '괜찮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국가 재정문제의 뇌관인 부실 저축은행 처리를 위해 대형은행에 인수를 강요하는 등 물밑작전에 들어갔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이날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페인 경제 활동이 연말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내수 부문이 정체되어 있다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수출 부문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 역시 스페인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 가까이 치솟은 데 비해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아직 5%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다트머스대 경제학 교수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결정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할 경우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했다. 블랜치플라워 교수는 "스페인은 실업률이 20%가 넘고 모기지대출이 주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스페인 정부는 비공개로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은행에 떠넘기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WSJ는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 관계자들이 최근 방코 산탄데르와 BBVA 등 대형 은행과 접촉하며 곤란을 겪고 있는 소형 저축은행을 사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하(Caja)로 불리는 스페인의 저축은행은 스페인 금융 섹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저축은행의 부실 자산이 확대됐고 경영 불투명성도 높아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저축은행 때문에 아일랜드식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실시됐던 유로존 은행 스트레스테스트 당시에도 스페인의 주요 8개 은행은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으나 저축은행 5곳은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방코 산탄데르 등 대형 은행들이 선뜻 정부의 계획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스페인 대형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에서 발을 빼는 전략에 힘을 실어왔기 때문이다. 방코 산탄데르의 경우 멕시코와 동유럽, 영국 등으로 진출하거나 현지 사업 부문을 강화해왔고, BBVA 역시 스페인 내 지점망을 축소하는 대신 터키 소재 은행 지분을 확충했다. 이냐시오 모레노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스페인 정부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는 CAM 등 저축은행은 지중해 연안 부동산 문제에도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꼬리 위험(tail risk)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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