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니 스커트로 한국 뒤흔든 노라 노 일대기

한국의 코코 샤넬 삶 다큐에 담아


'여자와 옷'. 대개 이 두 단어의 조합은 여자의 허영으로 읽힌다. 그러나 '누구의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여자와 옷'은 여성의 근대성·현대성 그리고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된다. 다큐멘터리'노라 노'는 대한민국 패션 디자이너 1세대이자 한국의 '코코 샤넬'로 불리는 노라 노(본명 노명자)의 일대기를 그리면서 그의 삶을 관통하는 의복과 여성사를 서술한다.


1928년생인 노라 노는 위안부 강제 징집을 피해 17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지만 이내 이혼한다. 이후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이때 영어 이름이 필요하다 하여 자신에게 지어준 이름이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주인공 '노라'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양장점을 시작하고 1956년에는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다. 이후 윤복희의 '미니 스커트' 펄시스터즈의 '판탈롱' 엄앵란의 '오드리 햅번 스타일'로 한국 패션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미니 스커트'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미니 스커트는 초기에는"정숙하지 못하다" "망조가 들었다"라는 비난을 들었으며 이후에는 찬반 논쟁 즉'토론'의 대상으로 완화됐다.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방법에도 여성에게는 자유가 없던 시절이다. 영화에 삽입된 '미니 스커트'의 풍속과 논쟁을 보여주는 당시 신문기사 장면들은 미니를 넘어 '나노 미니 스커트'도 문제가 되지 않는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는 촌극으로 다가와 커다란 웃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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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하는 여성들에게 한복이 실용적이냐 양장이 실용적이냐라는 언론 논쟁도 흥미롭다. 옷을 해 입어도 여자들은 갈 데가 없던 시절을 지나서 여성들이 직업을 갖기 시작한 시점에 나올 법한 이슈다. 1963년 노라 노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기성복을 만드는 국내 첫 패션디자이너가 된다. 또 자료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직업 여성'이라는 말이 당시에는 '일하는 여성'을 의미했다는 언어의 변천도 눈길을 끈다.

"옷을 통해 여성의 몸의 움직임과 자세를 바꾸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고 자존심을 입히고자 노력했다."-노라 노-. 31일 개봉.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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