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취업난 구직자들 "기댈곳은 연줄 뿐"

KDI "10명중 6명 인맥 통해 일자리 얻어"… 후진적 고용 구조 답습<br>지연·학연 모임 등 참여, 물질·시간적 부담 커져


우리나라 취업자 10명 가운데 6명은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공공 고용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경제 수준이 높아져도 여전히 개인 인맥을 동원해 직업을 얻는 후진적 고용구조를 답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취업난에 내몰린 구직자들은 '기댈 곳은 연줄뿐'이라는 심정으로 각종 경조사나 지연ㆍ학연 모임 등에 매달리면서 과도한 경조비 등 사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구직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 추정' 보고서에서 한국노동패널(KLIPS)의 지난 2003~2007년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를 추정한 결과 60% 내외였다고 밝혔다. KLIPS가 새로 일자리를 구한 6,1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개나 추천' 방식으로 입사한 경우가 61.5%였으며 '공개채용'의 비중은 13.3%에 그쳤다. '직접 직장에 참아와서'라는 응답은 18.5%였으며 '스카우트'는 4.3%였다. '소개나 추천'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취업은 ▦첫 취업자(39.9%)보다는 경력직 취업자(60.1%) ▦ 대기업(47%)보다는 소기업(70%) ▦정규직(60.1%)보다는 비정규직(66.5%)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의 자료기준으로 비교 대상 29개국의 인맥 의존도가 평균 45.6%인 점에 비춰보면 60%인 우리나라의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다른 나라들에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ㆍ구매력기준)과 인맥 의존도 간에 뚜렷한 반비례관계가 드러나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서 예외였다. KDI는 "1인당 GDP가 높은 국가일수록 구직 과정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가 낮아진다"며 "경제사회적으로 선진국가일수록 고용 관련 사회적 인프라가 보다 충실하게 갖춰져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용시장에서 인맥의 역할이 중대하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물질적ㆍ시간적으로 많은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지난 2008년 전국의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경조사비는 연간 52만4,500원으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연간 8조원대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열망이나 특별할 정도로 발달한 경조문화, 학연ㆍ지연ㆍ혈연 등 연고주의, 업계 관계자와의 잦은 사적 만남 등 서구와 대비되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특성들은 우리 사회에서의 높은 인맥 의존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공공 및 민간의 고용 서비스를 지금보다 확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공공 고용 서비스 지출 수준이 현재 GDP 대비 0.02%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GDP 대비 0.16%)으로 확대되면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는 대략 5%포인트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업 소개로 대표되는 민간 고용중개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각종 규제들을 재검토함으로써 시장의 조속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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