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철 한보위탁경영 성공할까/천문학적 부채·경영활동 보장 어려워

◎축적된 경영노하우 발휘될까 미지수「철강업계의 맏형」인 포항제철은 다시 「마이더스의 손」이 될 것인가.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을 맡게 되는 포철의 경영능력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철은 위탁경영에 대비해 파견 경영인 물색작업에 들어가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내심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몇차례 이런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포철은 지난 82년 장령자사건에 휘말려 부도를 낸 일신제강(현 동부제강)을 인수,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84년 동부그룹에 매각한 적이 있다. 또 86년에는 동국제강에 흡수되면서 노사갈등을 겪던 연합철강(현 동국제강 계열사)에 경영진을 파견, 경영을 정상화시킨 경험도 갖고 있다. 한보철강의 채권은행단은 국내에서 한보의 경영을 맡길만 한 기업이 포철밖에 없는데다 이같은 포철의 과거 경험을 감안할 때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조만간 위탁경영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포철의 축적된 경영노하우가 한보철강에 얼마나 발휘될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한보철강의 현 상황이 연합철강이나 일신제강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포철이 난감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합철강의 경우 국제그룹 해체에 따라 동국제강으로 넘어갈 당시 매출 3천8백45억원에 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던 「노른자 기업」이었다. 일신제강 역시 포철에 인수될 때 1백50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었지만 이는 당시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 경영난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일신제강은 장령자사건에 연루돼 어음남발만 하지 않았어도 도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일신은 79년 단일품목 수출로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경력까지 갖고 있는 우량기업이었다. 따라서 포철의 이들 기업에 대한 위탁경영 또는 인수를 통한 정상화 경험이 한보철강의 경우와는 판이한 셈이다. 한보는 6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의 부채를 안고 부도를 낸데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포철 위탁경영진의 책임있는 경영활동이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엄청난 소요자금의 원활한 지원 보장이 불확실한데다 한보철강의 첨단제조공법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업계의 지적까지 제기되는 형편이어서 아무리 포철이 기술, 품질, 경영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 세계적인 철강회사라해도 위탁경영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포철은 전직임원 가운데 4∼5명을 대상으로 위탁경영인을 물색해 왔으나 본인들이 강력하게 고사하는 바람에 내정을 늦추고 있다. 채권은행단이 공식으로 위탁경영을 요청하면 그때 가서 경영인을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첩첩산중인 한보철강 정상화 작업을 선뜻 맡겠다고 나설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한 포철과 채권단은 위탁경영인문제로 다시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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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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