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양심의 자유와 법


요즘 우리 사회가 국회의원의 사상 검증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뿌리는 '과연 불순한 사상을 지닌 국회의원을 용인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런 논쟁 중에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이른바 '주사파'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았다.

그들이 주사파인지 혹은 주사파가 우리 사회에 절대악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위험한 것인지는 간단하게 재단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먼저 점검해볼 것이 있다. 사상의 자유 문제다.


답을 찾기 위해 헌법을 들여다봤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문자 그대로 사상의 자유 조항은 없다. 그렇다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헌법 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법학자들은 양심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하나로 간주하며 사실상 우리 헌법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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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서 사상의 자유를 양심의 자유로 표현한 것은 묘한 구석이 있는 듯하다. 흔히들 대화 속에서 '너 양심 좀 있어라'이런 말을 하지만 '너 사상 좀 있어라'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언어 습관만으로 본다면 양심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를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셈이다.

어떤 이는 사상의 자유를 언급하며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을 적극 옹호한다.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 이는 백 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금 더 살펴볼 것이 있다. 과연 그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법을 제대로 지켰느냐, 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선됐느냐 하는 점이다.

"당신의 사상에 반대하지만 당신이 당신 사상 때문에 탄압 받는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 싸울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볼테르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구절은 사상의 자유를 얘기할 때마다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시쳇말로 그들의 사상의 자유다. 하지만 만일 국회의원이 반민주적, 불법 절차에 의해 배지를 달았다면, 혹은 불법으로 국고(國庫)를 가로챘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법치주의는 결코 그들을 옹호해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사상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수는 있어도 비양심적인 행위를 위해 싸워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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