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미국발 금융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신브레턴우즈 등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의 필요성과 이 같은 국제기구의 창설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세계 경제위기와 관련, 금융감독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한 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대대적인 개혁이나 새로운 기구 창설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는 기존 (아날로그) 금융감독시스템이 현재 (디지털시대) 금융계 변화에 맞춰가지 못함을 보여준다”면서 “새로운 금융거래환경에서는 현재 있는 체제를 대개혁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기구를 만들든지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당사국으로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으로 이뤄냈다”면서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 때는 신흥국가들이 함께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혀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이른바 ‘신(新)브레턴우즈체제’와 같은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에 대한 논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이런 흐름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물론 국제사회도 여러 가지 대비를 하겠지만 북한 사회가 그렇게 쉽게 붕괴될 것이라고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여전히 북한 사회는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4ㆍ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7차 아셈(ASEM) 정상회의에서도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선진국 위주의 현행 국제금융체제에 우리나라 등 신흥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을 적극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외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영향을 많이 받으나 어려운 시기에 국가경쟁력을 갖는 전략을 펴려 하고 있다”면서 “내년 4ㆍ4분기쯤 되면 회복세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이어 “몇몇 국가들이 외환위기와 실물경제 어려움으로 소위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갖게 될까 걱정스럽다”며 “이런 때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는 게 세계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종훈기자 jho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