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돼 내년도 경기회복 전망을 어둡게 했다.
특히 내수의 양대축인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정부가 내년 회복의 관건으로 지목한 터여서 향후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이 부각되고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4.4분기 및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와 함께 발간한 '경제현안 분석 자료'에서 최근 민간소비와 건설경기의 부진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소비부진은 환란후 실질소득 감소탓 KDI는 이날 '개인소득에 대한 분석 및 민간소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소비부진 장기화의 결정적인 요인중 하나로 개인의 소득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꼽았다.
이는 각종 신용회복 지원 등으로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소비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1~97년 개인의 순처분가능소득은 매년 12.4%씩 늘었으나환란 이후인 99년부터 지난 2002년 사이에는 증가율이 5.0%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국가경제 전체의 소득인 국민순처분가능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이 같은 기간13.1%에서 9.9%로 하락한 것에 비해 훨씬 급격한 것으로, 소득에 비해 각종 부담금이 늘어나고 있으나 재산소득 등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에 해당되는 영업잉여는 지난 91∼97년에 9.2%에 이르렀으나 99∼2002년에는 2.1%로 크게 둔화됐고 이자소득 등으로 이뤄지는 재산소득도 15.
1%에서 0.8%로 급격히 추락했다.
반면, 근로자들의 임금인 피용자보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13.8%에서 8.9%로 둔화됐으나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조동철 KDI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이자율은 계속 떨어지면서 임금외의 분야에서 개인소득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전하고 "이는 소비부진의 결정적인 이유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이 91~97년 연평균 29.6% 증가하던 것이 99~2002년에는 한해 평균 46%씩이나 늘어난 것도 개인들의 소비여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분석됐다.
◆건설경기도 경기회복에 '암초'
아울러 KDI는 '최근의 건설경기 둔화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내년경기침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지난 1~10월 국내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 등 건설투자 선행지표를분석한 결과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건설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망은 정부가 건설투자가 내수창출과 고용증대 등 전방위 경제효과가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초부터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도 내년 건설경기가 어려울 것임을 시인하고 사회간접자본(SOC)의 민자 건설 등을 포함한 종합투자계획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이에 따른 충격은 다소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최근의 건설경기 둔화에 대해 수요측면에서 지난 2년간의 호황에따른 초과수요 압력이 조정되는 과정이며, 공급측면에서는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이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이후 건설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돼 충격 흡수력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건설경기 하강이 경제전반으로 파급되지는 않을 것으로내다봤다.
KDI 이항용 박사는 "최근 건설 선행지표의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건설투자가 다소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