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일 일본 정부의 독도주변 해역조사 강행 방침 표명으로 촉발된 한일간 긴장 고조와 관련해 극히 신중하고도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물론이고 아시아 정세에 밝은 전직 외교관 및 학자들,언론도 하나같이 '평화적 해결'을 대원칙으로 내세우면서 구체적인 평가에 신중을기했다.
미 국무부의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양국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게 우리의 오랜 방침"이라며 '개입 자제'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양국이 이 문제를 평화적이고 우호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 대사는 "나로서도 '양국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희망한다'는 미 정부 입장을 재확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 소식지인 '넬슨 리포트'의 발행인인 크리스토퍼 넬슨은 "미 국무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라면서 "미국인들은 최근의 한일관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특히 이를 일본 국내정치의 파생물로 생각하고 있다는게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UPI 통신 기자출신인 넬슨은 "물론 일본측에서 적잖은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일본은 중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느냐를 포함해 중국측 반응에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도서 분쟁 문제가 아니더라도 (동북아 지역에서) 민족주의 발호 등의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게 아니냐"면서 "도서분쟁으로 시야를 좁힐 경우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타로가 주권 문제에 관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넬슨은 특히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측이 갑자기 독도 지배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나선다면 미국인들은 별로 유쾌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CNN, 블룸버그 통신 등 미 언론들도 양국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동해 주변의 긴장 상황과 관련, 사실 보도에 주력하면서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들은 분쟁의 중심인 독도를 기술하는데 있어서도 "한국에서는 '독도'(Tokto),일본에서는 '다케시마'(Takeshima)로 불린다"며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고, 동해도 한국측 입장을 의식한 듯 'east sea'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일본의 독도 주변 탐사 계획과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응움직임을 간략하게 보도하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8일 일본의 독도 주변 해양 탐사 계획에 대처하고 일본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해 각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노 대통령의 대응 조치 등을 소개하면서 "일본은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후 한국을 비롯,중국 등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소개했다.
AP는 "일본이 분쟁지역에 대한 해양탐사를 강행함으로써 한일간 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렇찮아도 서리가 내렸던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