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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당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연금 개혁 및 민생입법 무산에 따른 책임론까지 더해지면서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오전9시10분. 국회 새정연 당 대표 회의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주 최고위원이 화를 내며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듣다니 치욕이다.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사퇴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대표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주 최고위원을 만류했지만 주 최고위원은 뿌리치고 퇴장했다.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이 폭발한 셈이다.
새정연의 상황이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당 내부의 치부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정당별 지지도를 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41%를 기록했지만 새정연 지지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24%로 주저앉았다. 문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면서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로는 최대치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새정연이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 발의,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보이콧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문 대표가 자신의 대권 출마가 아닌 당의 혁신을 목표로 삼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떤 말도 진정성 없이 들릴 것"이라며 "어물쩍 사태를 봉합하고 당을 운영한다면 대선에 출마해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꿈조차 꿀 수 없다.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율 하락과 당내 갈등 폭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도 상처투성이다. 당 대표로서 당을 수습할 수 있는 추동력마저 잃고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호남 민심이반이 심각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표가 선거 패배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친노 계파 해체 선언을 통해 처절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현재 상황만 무마하고 넘긴다면 올해 말 공천 문제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결국에는 분당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호남 민심은 친노 좌장인 문 대표와 새정연을 떠난 만큼 하루빨리 수습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 친노의 결단이 필요하고 늦어지면 총선 패배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최진 경기대 교수도 "문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새정연 지지자 중 상당수가 이미 친노에서 떠난 만큼 문 대표의 대선 도전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에서 친노 의원들만 낙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