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키우고·줄이고… 사이즈에 사활 건 가전사

냉장고 용량 늘리고 에어컨은 더 작게<br>삼성·LG 글로벌 1위 싸움 불꽃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델들이 각각 85인치 초고해상도(UHD) TV(왼쪽)와 84인치 UHD TV를 소개하고 있다. 두 회사는 TV와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LG전자



'경쟁사보다 1인치, 1㎏이라도 더 늘려라.'

가전업계의 라이벌 삼성과 LG가 벌이는 '사이즈' 경쟁이 TV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전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양사 모두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를 목표로 내건 만큼 지난해 냉장고 용량 싸움으로 본격화된 사이즈 경쟁이 올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2월 글로벌 가전시장 1위 달성을 위한 'G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세계 최대 용량의 드럼세탁기를 내놓았다. LG가 이번에 선보인 제품의 용량은 22㎏으로 기존 드럼세탁기의 최대 용량(19㎏)을 훌쩍 뛰어넘었다.

용량이 늘어나면서 세탁처리 능력도 향상됐다. 한 번에 100장 이상의 핸드타월을 세탁할 수 있는 LG의 신제품은 세탁조 크기가 커지면서 세탁물의 낙차폭이 증가하고 원심력도 좋아져 세탁 및 탈수 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삼성전자도 같은 달 21㎏의 대용량 드럼세탁기 '버블샷3 W9000'을 출시하면서 세탁기 용량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삼성과 LG는 최근 수년 전부터 세탁기 용량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 LG가 17㎏ 용량의 드럼세탁기를 내놓자 곧바로 건조 기능까지 갖춘 같은 용량의 제품을 출시했던 삼성은 2011년 19㎏ 드럼세탁기를 선보이며 한발 치고나갔다. 하지만 이듬해 LG가 건조 겸용의 19㎏ 제품으로 다시 앞서가자 삼성은 5개월 뒤 LG보다 건조 용량이 1㎏ 더 많은 세탁기로 응수한 바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사이즈 경쟁은 TV도 예외가 아니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의 84인치 초고해상도(UHD) TV를 선보이며 대화면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초 LG보다 1인치 더 큰 85인치 UHD TV를 내놓으며 '세계 최대' 타이틀을 빼앗았다. 이를 두고 LG 측은 삼성 TV의 화면 크기(대각선 길이 214㎝)가 실제로는 85인치보다는 84인치에 더 가깝다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에어컨 역시 크기 경쟁이 한창이다. TV와 냉장고ㆍ세탁기가 크기나 용량을 늘리는 싸움이라면 에어컨은 반대로 덩치를 줄이는 게 차이점이다. 냉장고나 세탁기와 달리 거실 한복판에 놓이는 에어컨의 특성상 크기를 줄여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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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2월 선보인 스마트 에어컨 'Q9000'은 바닥 면적이 가로 360㎜, 세로 269㎜로 지난해 출시된 삼성의 동급 제품보다 바닥 면적을 57%나 줄였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도 첨단기술이 총 집약된 최신형 에어컨 '손연재 스페셜 G'를 내놓았다. 이 제품의 가로 길이는 380㎜로 삼성 에어컨보다 길지만 세로는 260㎜로 더 얇게 디자인됐다.

지난해 냉장고 용량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던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삼성은 유튜브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2건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삼성 857리터ㆍ900리터 냉장고와 LG의 870리터ㆍ910리터 냉장고의 실제 용량을 비교한 실험으로 표기 용량이 적은 삼성 제품에 물과 음료 캔 등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이에 LG는 실험방식이 공식 측정규격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반박했고 결국 법원의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이끌어냈다. LG는 또 올해 초 삼성의 동영상 탓에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며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삼성은 LG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며 지난달 5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응수했다.

삼성과 LG가 이처럼 '사이즈'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TV와 가전제품의 대화면ㆍ대용량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2007년 전체 냉장고의 74%를 차지했던 600리터급 냉장고는 지난해 1%대로 떨어지며 자취를 감춘 반면 700~800리터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드럼세탁기 역시 용량 17㎏ 제품 비중이 2007년 11%에서 지난해 30%대로 높아졌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냉장고나 세탁기의 경우 외부 사이즈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을 늘리는 게 관건인 만큼 결국 제조사의 기술력과도 직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보통 가전제품을 10년가량 장기간 사용하는 만큼 불황에도 미래를 내다보고 본인의 구매력 내에서 최대 용량 제품을 선택하려는 성향이 높다"며 "이에 맞춰 가전업체들도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 '업계 최대' 타이틀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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