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정병모)는 26일 "지난 3개월여 동안 30차례나 교섭을 벌였으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아 노동조합이 임시 비상체제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9월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낼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을 낸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 측은 추석 연휴 뒤 실제 쟁의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집행부가 이처럼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십수년 동안 안일한 방법으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회사 측의 교만함에 일침을 가해 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14일 상견례부터 30여차례 협상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과 성과급 250%+추가,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등의 노조 요구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노조와 공동으로 통상임금 확대안을 요구한 상태지만 기본급 인상에 대한 이견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30여가지에 이르는 단체협약 사항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회사 측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의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는데 집행부 자체가 강성이다 보니 파업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앞으로 좀 더 많이 만나고 협상을 통해 계속 의견차이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해양플랜트에서 저가 수주로 적자를 많이 봤는데 이는 고용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며 "회사가 수익성 위주로 수주했다면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구조조정도 뒤따랐겠지만 일감 유지를 위해 적자를 감수한 만큼 조합원들이 이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을 통해 더 얻으려고 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임단협 난항에 현대미포조선 노사의 임금협상도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현대중공업그룹 3사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