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잡스를 오랫동안 보좌해왔던 쿡이 신임 CEO에 올랐을 때 과연 잡스가 제시했던 혁신의 비전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으나 지금 쿡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WSJ는 전했다.
BM·컴팩 등에서 일했던 팀 쿡은 지난 1998년 잡스와 단 5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애플에 합류했다. 그는 애플에서 전 직장인 컴팩에서 했던 공급망 관리 업무를 맡았고 나중에 글로벌 판매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포브스는 그가 잡스를 도와 한때 위기에 빠졌던 애플을 구해냈다고 평가했다. 그 역시 잡스와 마찬가지로 지독한 일벌레다. 그는 하루 일과를 오전4시30분 e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하고 매주 일요일 밤 임원들과 그 다음주 일을 논의하는 회의를 갖는다. 쿡은 2013년 리더십의 핵심으로 '사람·전략·실행' 등 세 가지를 갖추면 어디든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8월 애플의 CEO 자리에 오른 그는 그동안 잡스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게 주주정책이다. 잡스의 CEO 재임 기간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었으나 쿡 체제의 애플은 배당을 늘리고 있다. 잡스는 생전에 신제품 개발이나 인수합병(M&A)에 투자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배당보다 나으며 항상 위험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쿡 CEO는 "우리는 현금 강박증 환자가 아니다"라며 "필요 없는 현금은 주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으며 실제로 애플은 이미 자사주 매입, 주주배당금 등에 총 1,030억달러를 풀었으며 올해 말까지 총 1,500억달러를 주주배당금으로 추가로 주주들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I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대화면 아이폰을 출시해 대성공을 거둔 점도 쿡 CEO가 잡스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잡스 생전에도 애플이 중국 등 신흥국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화면 제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그는 4인치보다 큰 스마트폰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사후 발표된 대화면 아이폰6와 아이폰6+는 지난해 4·4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7,450만대나 팔리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