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번에도 금리인상에 대한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기존의 통화정책 방향만 재확인했다.
그동안의 월가 컨센서스인 3ㆍ4분기 금리인상설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 4ㆍ4분기에도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FRB는 28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정책 성명서를 통해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상당기간에 걸쳐 초저금리를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FRB는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한 후 1년4개월째 금리를 동결해오고 있다. 또 '장기간 초저금리유지'라는 성명서상의 문구도 2009년 3월 이후 1년1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이 문구는 적어도 앞으로 6개월간은 금리를 제로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FRB의 금리인상 시기는 아무리 일러도 연말쯤 돼야 가능하다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다.
FRB의 4월 정책 발표문은 미 경제 상황을 종전보다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외에는 앞서 열린 지난달 16일의 내용과 거의 변함이 없었다.
성명서는 "고용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소비지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혀 FRB가 3월 회의 때에 비해 경기상황을 좀더 밝게 평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인상할 분위기와 여건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FRB는 "가계의 소비 지출은 높은 실업률과 더딘 소득증가, 낮은 수준의 가계 부(富), 신용경색에 따른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비주거용 건설투자는 감소하고 있고 주택착공 실적도 정체돼 있으며 기업은 고용을 늘리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가도에 들어서기는 했으나 회복 속도와 강도가 미약하다는 판단이다.
데이비드 헨슬리 JP모건 전무는 이날 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가 개최한 세계 경제 전망세미나에서 "미국이 연 4%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4년이 걸려야 현재 9%대인 실업률이 6%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 "금리인상은 내년 4월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RB는 게다가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미국의 3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3%로 FRB의 억제 목표치 3%를 밑돌고 있다. 에너지ㆍ곡물 가격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1.1%에 그치고 있다. 제조ㆍ유통 업체들이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소비가 워낙 미약해 이를 완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차기(6월22ㆍ23일) 및 차차기(8월10일) FOMC가 정책기조 변경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FRB는 최근 들어 재할인율 인상, 유동성 흡수를 위한 시뮬레이션 등 출구전략 준비작업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어 올 여름부터는 유동성 흡수에 착수하면서 정책 기조를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기 초저금리 유지라는 성명서상의 표현이 삭제되는 시기도 이때와 맞물린다. 다만 미국의 출구전략은 ▦유동성 흡수 ▦기준금리 인상 ▦자산 매각 등 3단계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유동성 흡수의 시작이 금리인상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