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산업이 흔들린다] (기고)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상장기업의 외국계 투자비중이 40%에 달하며 삼성전자ㆍ포스코ㆍ국민은행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소버린이 재계 3위인 SK그룹의 경영권 장악 움직임에 위기의식마저 고조되고 있다.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던 국내기업들은 경영권방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이젠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기력하게 노출되어 있는 국내 기업들을 위한 M&A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물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정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은 경영진에게 주주이익을 위해 경영하도록 독려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으며, 근본적으로 경영권 방어는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린 메일링(green mailing), 근시적 투자성향, 경영권 분쟁 출혈 등 적대적 인수합병의 폐단은 차치하더라도 적대적 M&A 과정에서 국내기업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돼 있는 `역차별` 문제만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현재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우선 지주회사 관련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집단들에게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룹계열사간 출자관계가 재편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경영권이 약화되는 시기를 거치기 마련이다. 경영권이 약화된 시기에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당할 경우 출자총액규제 대상인 그룹의 지주회사 경영진은 지분의 일부가 여전히 의결권행사에 제한을 받는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보유지분을 분산 매각해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던 과정 중 경영권이 가장 취약해진 시기에 소버린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당했으며, 의결권 행사의 제한으로 인하여 의결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따라서 형평성 있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권유하기에 앞서서 체제전환에 따른 출자총액규제의 단계적 완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은 기준이 모호하게 적용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통제를 받고 있어 형평에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윌리엄법(주식의 5%이상을 보유하면 신고하도록 규정한 법)과 같은 5%규정을 증권거래법에 두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투자촉진법상 10%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신고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소버린은 이 규정을 위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국내 기업집단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는 5%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 당국에 의해 보유지분의 처분명령까지 받게 된 반면, 외국인의 위반은 단지 국내법을 몰랐다는 해명으로 면죄부를 받아 형평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고용창출을 동반하는 생산적 투자가 아닌 이상,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 우호적인 정부의 편향된 시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현존하는 제도를 정비하여 국내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있어서 차별적 대우는 최소한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길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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