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벨트 조정안] "그린벨트 이번엔 정말 풀리나요"

『여기 사람들은 그린벨트 풀리는 것 기대도 안해요. 어디 한두번 속았어야지요. 선거철만되면 저마다 그린벨트를 푼다, 지역발전시키겠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큰 것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낡은 집이나 마음놓고 수리하고 결혼한 자식 방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 줄 수만 있으면 족합니다.』지난 30년 동안 그린벨트 문제로 불편을 겪은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일대는 9일 적막하기만 했다. 이날 건설교통부는 연구기관들이 마련한 그린벨트조정안을 발표, 공청회를 가졌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듯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감의 골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관련 민원 해결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청와대·건교부·서울시 등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는 김재성(金在成·68) 진관내동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은 『도시근교의 자연훼손을 막겠다는 취지도 좋지만 그린벨트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고통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 무대로 종종 이용되는 것만 봐도 이 지역이 얼마나 뒤떨어졌는 지 알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고양시와 일산에서 들어오는 서울 서북부 관문으로, 교통요지로 그런대로 살만한 동네였던 진관내동은 지난 71년3월 그린벨트제도가 전격시행되면서부터 시간이 비켜간 곳이 돼버렸다. 면적 11.48㎦, 인구 1,1700여명, 주택 4,121동. 진관내동의 지역현황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60년대에 지은 듯한 20평내외의 블럭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직도 절반이 넘는 주택들이 재래식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 여름철이면 파리, 모기가 들끓는다. 방 두칸짜리 전세가 2,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서울시내에서 집값이 싼 탓에 노점상이나 노동일을 하는 주민들이 태반이다. 지난 87년 대선이후 그린벨트 해제 풍문이 돌면서 외지인들이 대거 주택이나 땅을 매입해 현재 주민의 70%정도는 세입자다. 일부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진관내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세(54)씨는 『최근들어 간간이 땅값이나 집값을 문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다』며 『땅이나 집을 가진 원주민들사이에서 그린벨트 해제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해제이후도 문제다. 전체 4,121동의 주택 가운데 무허가 건물이 1,000동에 달한다. 또 서울시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행할 경우 주민의 70%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벌써 걱정하고 있다.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종완(崔鍾完·48)씨는 『외지인들만 배불리는 그린벨트해제는 차라리 안해도 그만』이라며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거주민들을 위해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인 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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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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