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악화 맞물린 '고용대란' 완화 겨냥

■ '정규직 사용기간'1년늘려 3년 검토<br>기업들 비정규직을 용역·일용직으로 전환<br>관련법 시행 1년만에 고용시장 '뇌관' 부상<br>사용자·근로자 모두 만족시킬 해법은 험난할듯


“현 비정규직법은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급증 등 부작용만 낳았다.”(민주노총)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대규모 계약해지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대한상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도입된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 1년여 만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으며 고용시장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부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단순 해고하거나 고용의 질이 낮은 용역ㆍ일용직으로 전환, 비정규직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경기하락과 맞물려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이 고용사정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작업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고용 양적ㆍ질적 악화=지난해 3월 577만3,000명에 달하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올 3월 563만8,000명으로 1년새 13만5,000명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정규직 근로자는 39만8,000명 늘어나 1,035만6,000명에 달했다. 언뜻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고용전환이 이뤄지면서 고용이 질적으로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한 꺼풀만 들춰보면 비정규직의 고용사정은 1년 전에 비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난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정규직 전환 부담이 된 기간제근로자가 32만1,000명이나 줄어 비정규직 감소의 주요인이 된 반면 용역이나 일일근로자는 증가세를 보였다. 비정규직의 임금수준도 지난해 정규직의 64.1%에서 올 들어 60.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현상을 올 들어 본격화하는 경기둔화 여파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정작 경영자들의 반응을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의 그늘이 비정규직 고용시장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경총 조사에 따르면 전국 285개 사업장 가운데 39.7%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비정규직 채용을 줄였으며 이 중 비정규직을 줄인 만큼 정규직을 채용했다는 응답은 19.3%포인트에 불과했다. 나머지 20.4%포인트는 비정규직 채용 감소와 함께 고용 자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악화와 맞물려 고용대란 우려=비정규직보호법은 7월1일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돼 중소기업도 앞으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해고ㆍ용역화하는 등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이것이 최근의 경기 둔화와 맞물려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 경기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가뜩이나 고용줄을 조이게 될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의 부담을 주는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5곳은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아예 해당 업무를 외주용역으로 주거나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업무는 기존 정규직에 맡기겠다는 응답도 각각 35%와 19%에 달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과 하반기 경기둔화까지 맞물려 고용상황이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 ‘사각지대’ 보완 가능할까=이처럼 예고된 비정규직의 고용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재계의 첨예한 입장 차이 때문에 비정규직 대책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내년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확대시행 일정은 유지하되 2년으로 규정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한편 사회보험망에서 소외된 비정규직을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간 연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고용안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 대립이 극심한 사안인데다 아직 부처 간 이견도 좁히지 못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가운데 상당수는 고용보험 대상에서 배제되는데다 노조도 정규직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법을 보완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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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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