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은 12일로 예정된 유럽정상회의에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만나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언론 카티메리니는 유로그룹의 긴급회의가 열리면 그리스가 처음으로 유로존 전체 회원국을 상대로 재협상 구상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회의가 11일 열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새 그리스 정부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최근 유럽 주요국을 돌며 긴축 폐지와 채무 재조정을 위한 구제금융 재협상안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였다. 그리스 정부는 2월 말로 종료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그대로 연장하는 대신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을 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회의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가 유로그룹 긴급회의에서 구체적인 재협상 방안을 제시하면 유럽정상회의는 이를 토대로 큰 틀에서 진전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16일로 예정된 정례 유로그룹 회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가교 프로그램에 동의하면 그리스 구제금융 재협상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주요 채권국인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가 기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해 가교 프로그램 승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5일 베를린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바루파키스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견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심지어 그리스가 어떤 입장인지를 놓고 서로 이견이 있다는 데도 동의하지 못했다"고 맞받아치며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영국 등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협상을 지지한다는 데까지는 양보해 독일이 태도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유로그룹 회의에서 가교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5월까지 그리스와 채권자 간의 어려운 협상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만약 16일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 그리스 국채를 들고 있는 그리스 은행부터 무너지게 되고 이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