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제언

한양대 산업경영대학원장 건설경영학 박사 이태식

지난 12일 정부는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장기면을 행정수도 이전 최종 예정지로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전부터 많은 관심과 그에 따른 문제점이 부각돼온 사안이기에 토목 전문가의 입장에서 현재까지 사업 진행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추진시 고려해야 할 몇몇 사항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행정수도 이전사업은 건설 프로젝트다. 일반적으로 건설 프로젝트는 사업기획과 계획 및 조사단계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사업 초기단계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만이 현실성 있고 계획적인 대안이 도출되며 사업의 최종 결과가 최초에 예상했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눈더미처럼 불어난 고속철도 공사비의 경우 사업초기에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 결과이며 사업초기 단계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는 좋은 사례다. 현재 행정수도 이전사업은 건설 프로젝트의 위치와 대략적인 공사 규모, 시행시기 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의 기획단계 또는 그것을 막 넘어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 지적과 관련, 첫번째로 행정수도 이전사업은 이제야 사업의 기획이 끝난 단계며 지금부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기획된 사업을 진행해도 될 것인가를 검토하는 타당성 조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몇 백억원의 공사라 할지라도 건설 프로젝트가 예비타당성 조사와 타당성 조사단계를 거쳐 설계단계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주장하는 45조의 세금이 투입될 행정수도 이전사업에서 사업 추진을 처음부터 규정하고 계획 및 조사단계를 소홀히한다는 것은 고속철도와 같은 또 다른 과오를 낳는 결과가 된다. 둘째, 일반적으로 건설 프로젝트의 공사비는 설계단계를 통해 도출된다. 설계단계를 통해서 만이 공사예정지의 주변여건에 적합한 설계안이 도출됨으로써 전체 공사비가 산출될 수 있다. 즉 공사 예정지에 적합한 수자원 및 상하수도시설ㆍ도로ㆍ철도ㆍ공항 등 교통망 시설, 전력시설 등에 따라 사업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행정수도 이전 최종 예정지가 발표되기 전에 거론된 사업비는 단순한 숫자로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밝히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을 살펴보면 모든 비용이 추정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며 또한 추정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 누락돼 있다. 즉 앞서 언급한 부지 및 기반시설 조성비용에서 수자원, 상하수도, 기존의 교통망(철도ㆍ도로ㆍ공항 등)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도로 및 교통망, 도시의 개념 및 형태 등 많은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든다 할지라도 실제로 이를 통해 지방도시의 발전이 유발되고 결과적으로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충분한 조사를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근거로 설득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피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행정수도 이전사업은 엄청난 규모의 세금이 투입될 사업으로 이를 선거공약이나 국회에서 합의된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 만약 국민의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업의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 기존 사업수행 과정에서 토목전문가 등 여러 전문가들의 참여가 미흡했음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볼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재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결론을 바탕으로 정부는 사업의 진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더 넓고 깊은 시각에서 행정수도 이전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충분한 계획 및 조사단계를 거침으로써 현실성 있게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 같은 적절한 검토 과정을 밟아서 나온 결론이 행정수도 이전임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온 국민의 동참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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