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10일] 천안함과 동북아 국제정치

김대중 정부 시기에 북한은 서해 연평도 인근의 북방한계선을 의도적으로 침범함으로써 두 번의 교전을 도발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감행했고 6자회담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핵실험을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한의 관광객 피격사건이 있었고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은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11월에는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또 다른 도발을 했다. 지난 3월26일에는 백령도 인근을 초계(哨戒) 중이던 천안함이 공격을 받아 침몰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의 소행인지는 조만간 있을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로 모두 밝혀질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우리 정권의 성격에 상관없이 이같이 자행돼왔다. 서해 무력침공 中 안보에도 직결 그동안 한국 정부는 남북한 관계개선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단기적으로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와 군의 전력ㆍ전략ㆍ지휘체계ㆍ위기대응 등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천안함 사건으로 표출된 심각한 문제들과 위기를 엄정하게 해소해야 한다. 나아가 관련 이해당사국들과의 국제공조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방안을 즉각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이에 대한 국내 및 국제적 대응책이 추진되기 전에 우리가 6자회담을 위한 회담장에 앉아 있기는 어렵다. 미국도 천안함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진 후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을 분석, 회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의 평화가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목표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더구나 한반도 서해에서 벌어지는 무력침공은 서해를 공유하는 중국의 안보 이익에도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책임지는 대국'으로서의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만약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도발로 밝혀진 후에도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주저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중국의 외교적 위상은 심각하게 손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별개'라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를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내정ㆍ외교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는 중국 관영 신화사의 보도도 이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읽고자 한다. 中 '책임있는 대국' 역할 필요 5월 중에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또 미·중 경제전략대화도 예정돼 있다.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묻고 이러한 무력침공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단호하고도 실효적인 국제공조 방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방안ㆍ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관련 당사국 간의 노력이 6자회담을 통해서건 다른 형식을 통해서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제도화하기 이전까지는 현재의 정전체제를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키려 하는 어떠한 도발도 단호하게 저지돼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