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최근 몇달째 오른손 새끼 손가락에서 통증을 느껴 인근 대학병원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과도한 집안일로 인해 손가락 관절의 연골이 닳아 생긴 퇴행성 관절염 초기 증상이라는 말을 들은 김씨는 약 처방을 보고 실소를 터트렸다. 김씨는 "시어머니가 먹는 관절염 약과 똑 같은 진통소염제가 처방이 나온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의사로부터 집안일을 줄이고 따뜻한 찜질을 자주 해줄 것을 당부 받았다.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여겨졌던 퇴행성 관절염이 최근 젊은 층에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연결해 주는 연골(물렁뼈)이 닳아 통증 등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연골재생이 쉽지 않아 한번 발생하면 완치가 힘든 난치성 질환이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연령대별 퇴행성 관절염 환자수는 60대가 7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66만명), 50대(59만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40대 이하 젊은 환자도 26만명에 달하는 것이다. 전체 환자(243만명) 10명 가운데 1명이 40대 이하인 셈이다.
이처럼 젊은 관절염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남성의 경우 스포츠 활동 등으로 인한 관절부상이 많고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와 출산 등으로 인해 칼슘이 부족하고 뼈가 약해진 상태에서 손가락을 많이 쓰게 되는 집안일 등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젊은 남성에게 가장 많은 운동부상은 무릎 반월상 연골판과 연골 손상이다.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주는 물렁뼈인데 이 부위가 손상된 뒤에 방치될 경우 관절염이 진행된다. 최근 관절내시경으로 연골판을 많이 제거한 경우에도 관절염이 빨리 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수현 강북힘찬병원 부원장은 "젊은 남성의 경우 익스트림 스포츠, 축구나 조깅 등을 즐기며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부상을 입어 관절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의 경우 집안일을 많이 하거나 휴대폰 문자와 게임을 많이 사용하면서 손가락 관절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이 가끔 저려 오고 때때로 뻣뻣한 느낌이 든다면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운동 전에 스트레칭 등을 충분히 해 관절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것이 좋고 부상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 관절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커피나 콜라 같은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료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 뼈 건강에 좋지 않은 만큼 과도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