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분기말 효과'로 겨우 흑자 냈지만…



유럽재정위기 등 대외 불안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이 확장세를 이어갔다. 최근 둔화세를 보이던 미국과 유럽의 수출 증가률이 다시 상승했지만 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맞추기 위해 밀어내기식으로 수출을 늘린 영향이 크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수출 증가율이 더 둔화되고 무역흑자도 더 이상 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 무역의 ‘질적 악화’가 예상된다. 수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식경제부가 1일 내놓은 9월 수출입동향(잠정치)을 보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아직까지는 버텨주고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수출 전선에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기업들이 3ㆍ4분기 말을 맞아 수출물량 밀어내기에 따른 실적관리 등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20% 수준의 수출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56.8%), 자동차(40.0%), 일반기계(40.2%), 철강제품(39.6%) 등이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반도체(-4.2%), 액정디바이스(-5.1%), 무선통신기기(-7.5%), 선박(-32.7%) 등은 감소했다. 특히 선박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주량이 감소했던 2009년도 수주 물량의 인도시점이 도래하고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 사정 악화로 선박 인도까지 지연되면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분기말 효과로 전월에 한자릿수 증가율에 머물렀던 미국과 EU지역이 각각 15.9%, 11.2%로 다소 호전됐다. 중국(20.5%), 아세안(43.2%) 등 개발도상국과 일본(48.7%)으로의 수출은 지속적인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은 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이 거듭되면서 수출의 증가세를 크게 뛰어넘어 456억8,300만달러에 이르는 등 사상 최대치 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면서 무역수지를 강하게 압박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수입의 경우 가격 상승 등으로 원유(56.7%), 가스(104.0%), 석탄(73.4%) 등의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 코트 및 재킷 등 의류가 37.9% 늘었고 내수 시장 안정을 위한 육류 수입이 많아지면서 돼지고기와 쇠고기도 각각 99.7%, 34.0%나 급증했다. 지난달 분기말 효과 등으로 수출이 어느 정도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4ㆍ4분기에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OTRA와 무역협회 등 수출유관기관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연말 수출 경기선행지수가 확장보다는 축소로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원의 4ㆍ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가 기준치(100)이하로 떨어진 89.8로 조사됐고 KOTRA의 수출선행지수역시 3ㆍ4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고려하더라도 사고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우리나라 수출경제에 타격을 주었듯 이번 재정위기 역시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수출이 증가세는 유지하더라도 그 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무역수지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출 증가를 주도하던 선박,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고유가 지속 등으로 수입은 증가세 지속돼 무역수지 흑자규모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무역수지 규모를 보더라도 정부는 당초 20억달러 수준을 기대했으나 잠정치는 14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잠정치와 이달 중순 발표되는 확정치의 괴리가 30~40%가량 벌어진 점을 고려할 때 지난달 실제 무역수지가 10억달러 안팎에 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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