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타임오프ㆍ복수노조 문제로 春鬪 안돼

꽃샘추위로 몸이 다시 움츠러들면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은 해동(解凍)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춘투(春鬪) 예고로 새삼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우리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파기선언으로 노정관계의 정치적 족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춘투 예고는 새로 출범한 한국노총의 집행부가 집권여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선언과 동시에 이뤄진 까닭에 우리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국노총이 천명한 정책연대는 내용은 물론 그 과정과 형식에 있어서도 본디 정책연대와는 거리가 멀다. 당시의 보도에 의하면, 구체적인 정책내용을 담보하는 연대협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정당성이 취약한 '인기투표'식의 결과를 가지고 정책연대의 이름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 구태여 정책을 이야기한다면 집권 후 정책협의를 하기로 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다른 노동단체가 '배신행위'로 질타한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당시 한 유력한 일간지가 사설을 통해 "한국노총 지도부는 뒷날 정치적 보상을 받을지 모르나, 한국노총의 역사에는 또 하나 커다란 오점이 남게 됐다"고 지적한 것은 정책적 연대보다는 정치적 보상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실제로 그랬다면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정책알맹이 없는 정책연대는 이미 수명을 다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승리한 후보의 지지 대가로 상당수의 한국노총 간부들이 청와대ㆍ국회ㆍ정부기관에 자리를 보상받았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내심 기대했다가 정치적 보상에서 소외되거나 무리한 요구로 배제된 사람은 불만이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특정단체에 이만한 보상을 한 것은 오히려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이다. 조합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투표결과를 가지고 밀어붙인 정책연대가 몇몇 간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귀결됐으니 일찌감치 그러한 정책연대는 파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는 몰라도 정부의 입장에서도 떳떳하지 못한 정책연대의 짐을 덜게 돼 한국노총의 파기를 오히려 반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보면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파기는 모처럼 광범한 지지를 받는 것 같다. 정권 차원에서는 다소 찝찝할 지 모르겠으나 정권은 유한하므로 개의할 바가 아니다. 각각 이유는 다르겠지만 조합원은 물론 다른 노동단체도, 심지어는 정부도 환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들과 함께 필자도 한국노총의 모처럼의 '쾌거'를 환영해 마지않는다. 특히 오랜 기간 한국노총의 자문위원을 지낸 필자로서는 돌아온 한국노총의 집행부가 스스로의 속물적 정치행태를 부끄러워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반갑다. 이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로 임한다면 그토록 강조해온 조합 내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과학화도 머지않아 꽃필 것으로 기대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책연대가 수명이 다 해 소극적으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라면 한국노총은 반대급부로 받은 정치적 보상을 반환하는 것이 떳떳하다.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보상을 돌려주지 않은 채 파기 운운하는 것은 보상이 적다고 부리는 몽니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면서 파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것은 또 하나의 속물적 정치행태로 비판받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대 정부투쟁을 외치는 것은 '세종로에서 소박맞고 과천 가서 눈 흘기는' 모습으로 비칠까봐 걱정된다. 정책연대 실패의 원인이 조합원보다는 노조간부 위주에 있었음을 냉철히 반성하면서 춘투 예고에도 그러한 면이 없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전임자 근로시간면제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문제를 가지고 춘투를 밀어붙인다면 그 과정과 귀결이 정책연대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지 과학적으로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