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내몰리는 한국 조선
선박가격 고점대비 30~40% 급락… 8년 만에 최저 수준일감 없는 조선업체울며 겨자먹기 참여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선박가격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속절없이 추락하며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선가는 2007년 고점 대비 30~40%가량 급락한 상태인데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선가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조선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수주에 나서고 있다.
26일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5월 신조선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9% 하락한 133.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4년 3월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2007년 고점에 비해서는 27.2%나 떨어졌다. 선종별로는 벌크선과 탱크선ㆍ컨테이너선의 가격 하락세가 가팔랐다. 5월 기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가격은 5,85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6% 떨어졌고 8,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8,450만달러로 10.1% 하락했다.
이처럼 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국내 조선업계의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은 3,31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30.8%나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가 일감 확보를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거나 협상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대만 에버그린사와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에 대한 수주협상을 진행 중인데 선가는 척당 1억1,500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년 말 1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던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가격보다 30.7% 하락한 수준이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등 국내 조선업체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조선소의 경우 중국 조선소가 제시하는 선가보다 척당 100만~300만달러가량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