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애 때문에 안 된다고요? 류승범도 가르친걸요"

편견 딛고 연기 꿈 펼치는 장애인 배우 길별은ㆍ강민휘ㆍ김호빈<br>"우리 경쟁력은 디테일…반쪽짜리 충무로영화 온전하게 만들 것"

장애인 배우 길별은ㆍ강민휘ㆍ김호빈(사진 위로부터)은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실제 장애를 겪고 있는 배우가 세세한 디테일까지 보여줘야 완벽한 작품이 되고 그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 때문에 안 된다고요? 류승범도 가르친걸요" 편견 딛고 연기 꿈 펼치는 장애인 배우 길별은ㆍ강민휘ㆍ김호빈"우리 경쟁력은 디테일…반쪽짜리 충무로영화 온전하게 만들 것" 한국아이닷컴 이민지·이혜원 인턴기자 장애인 배우 길별은ㆍ강민휘ㆍ김호빈(사진 위로부터)은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실제 장애를 겪고 있는 배우가 세세한 디테일까지 보여줘야 완벽한 작품이 되고 그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한국 영화 이 2008년 최고 흥행 기록을 연일 갈아 치우고 있던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연희동 디지엔스타(대표 김은경·구 가나엔터테인먼트) 연습실. 연기에 몰입해 있는 배우 길별은(33), 강민휘(27), 김호빈(33)씨를 만났다. 그들은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연기에 큰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아주 특별한 연기자다. 먼저 말문을 연 길씨는 "(상태가) 지금도 안 좋지만 태어날 때는 더 안 좋았다"는 농담 섞인 말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1975년에 뇌병변을 가지고 태어났다. 남들과 다른 외모와 어눌한 언어로 주눅이 들 법도했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겐 한 가지 큰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일념. 그런 그에게도 한때 좌절의 시기가 있었다. 대학시절인 98년 '아직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배우나 감독이 없고, 도전해도 길이 없으니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교수님의 조언에 연기자의 꿈을 접기도 했다. 이후 9년간 발달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으나 아이들의 부모가 "장애인 선생이 가르치면 그만두겠다"고 해 더이상 교단에 설 수가 없었다. 평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던 그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강의를 받던 중 우연히 2004년 장애인 배우를 뽑고 있던 서울예술단의 문을 두드렸고,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예술의 전당에서 한 달 동안 공연을 하면서 다시 꿈에 그리던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그 후 여러 작품에서 연기를 할 기회가 찾아왔고 맡은 배역마다 관객들이 장애인임을 모를 정도로 열성을 다해 작품을 올렸다. "언어와 지체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일반 배우들과는 실력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함께 연습하고 함께 배웁니다." 길씨는 "제 꿈은 칸으로 가는 거에요. 장애인으로서 장애인들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가고 싶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길씨는 오는 9월 국립극장에서 초청공연을 할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옆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강민휘씨는 특유의 환한 웃음을 연방 지었다. 영화 를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그는 영화를 촬영했을 당시보다 체중을 조금 감량한 모습이었다. "(영화를 끝내고) 드라마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병행하면서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운증후군은 비만의 경향을 보이며 비만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강씨는 요즘 운동 외에도 연기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연습실을 찾아 대사 연습을 하고 있다. 현재 강씨는 연습실 근처에 집을 얻어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그는 또한 10년 동안 불편한 호흡을 개선하고자 플루트를 연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꿈을 가수라고 밝혀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고아로 태어났어요. 그래도 그게 절망적이진 않아요. 어렸을 땐 그게 절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친구와 동생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김호빈씨도 말을 꺼냈다. 그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자 "어릴 적 성격도 무뚝뚝하고 어두운 편이라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뇌성마비 1급인 그는 초등학교 3학년 학예회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역을 맡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유명 연극배우가 즉석 오디션을 요청했다. 그의 연기를 맘에 들어했던 연극배우는 김씨를 자신의 막내 아들 역으로 대학로 데뷔무대를 마련해 주었다. 대사는 달랑 하나. "아빠∼ 나 자장면 사줘∼" 그래도 그 무대가 계기가 되어 대학로를 바라보며 연기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1996년도 겨울. 동네 극단에서 배우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주변 사람들이 안될 것이라고 만류했지만 그에겐 확신이 있었다. 단 한번에 합격을 한 김씨는 배우로써 당당히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렇게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20001년에는 영화 에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연기했다. 영화배우 배두나와 호흡을 맞췄다. 이후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수 차례의 오디션에 도전했다. 하루에 세 차례나 응시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스러웠다. 심지어 휠체어를 타고 가면 문 앞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했던 기억이 아직도 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 때마다 김 씨는 자신을 내쫓는 관계자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제가 보기에 일반 배우들의 극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해요. 일반 배우들끼리 하는 극은 같은 스토리와 이미지를 재탕하기 때문에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미리 예측 할 수 있어요. 관객들은 자신들이 모르던 것을 알아야 감동하고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그래서 저는 장애인 배우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와 같은 이유로 , , 등은 반쪽짜리 영화라고 말했다. 완벽한 한 편을 만들려면 장애인 배우가 세세한 디테일까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보여진 연기는 더 큰 감동을 줄 것이고 그것이 제작자의 의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사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에 캐스팅됐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배우 류승범이 맡았던 배역. 시나리오를 받고 연습에 몰입하고 있을 때 배역이 교체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촬영 3일 전에 일어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솔직히 억울했고, 배역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일반 배우들보다 배역을 맡기가 더욱 힘든 상황에서 하늘의 별을 딴 것만큼 기뻤지만 그것이 모두 날아가버리니 배우를 계속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그 후 그는 류승범에게 연기지도를 하며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는 아직도 연기를 위해 노력 중이다. 어릴 적엔 어눌한 말 때문에 지적을 많이 당했다. 그것을 고치기 위해 입에다 볼펜을 물고 연습했다. 한 자루부터 열 다섯 자루까지 물고 혀도 못 움직이게 한 채 발음연습을 했다.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 얼굴을 넣고 숨을 참았다.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지금도 세숫대야에 고개를 넣고 숨을 참는 연습은 그의 빠질 수 없는 일과다. 그는 "연기라는 것을 무기 삼아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질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흉내낼 수 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그 중에 제대로 흉내 낼 수 있고, 그 흉내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연기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제 반란이 성공하면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겠죠?"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한 여름 무더위도 잊은 채 연기 연습에 몰입하고 있는 배우 길별은, 강민휘, 김호빈.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 스크린이나 무대 위에서 맺어질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 영화계 관련기사 ◀◀◀ ☞ 카메오 왜 출연하나 했더니… '인연의 힘' ☞ 서태지 헛기침에… "영화계 웬 호들갑" ☞ 임신 4개월 전도연 활동중단? 아니 재개! ☞ 실오라기 하나 없이… 김민선 '파격 전라' 유혹 ☞ 정재영 "한은정과 첫키스 여운 아직 입가에…" ☞ '영화계 왕따(?)' 또 심형래 폄하 발언 논란 ☞ 역시! 시상식 패션… 앗! '가슴'이 살짝살짝~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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