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2차 총선에서 중도보수파인 신민당이 1위를 차지해도 안토니스 사마라스(사진) 당대표가 그리스 차기 연립정부 총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스는 헌법상 제1당 대표가 연립정부의 총리가 될 우선권을 갖는다.
지난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긴축안에 찬성하는 사회당(PASOK)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를 비롯해 전직 장관과 기업가까지도 사마라스 대표가 총리직에 올라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마라스 대표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사회당의 한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베니젤로스 대표는 사마라스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가도 "사마라스는 상대 당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싸우기만 좋아한다"며 "(그는) 스트리트 파이터 정치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가도 "그리스 내 원로 리더단체는 정치색을 배제한 총리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들 내에서 사마라스가 총리가 되는 것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마라스 대표가 야당 대표였던 2010년 당시 그리스의 1차 구제금융 신청을 적극 반대해 그리스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책임론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마라스 대표는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까지도 "유럽의 도움은 필요 없다"며 이에 반대해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만약 총리에 오르더라도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 개혁을 소홀히 해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보수 성향 유권자조차 사마라스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마라스 대신 현재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전직 대법관 파나요티스 피크라메노스, 중앙은행장인 조지 프로보폴로스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5월까지 6개월간 연립정부를 이끌었던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총리를 다시 세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비난 여론이 높아졌음에도 사마라스는 여전히 총리 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은 정당한 절차"라면서 "테크노크라트(정치색을 배제하고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ㆍ능력을 갖춘 관료)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가 어찌됐든 그리스는 총리 선출을 놓고도 또 한번의 격랑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