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너진 대기업 어디로 가나/자구 중간점검

◎합병·매각 순풍속 김회장·자동차등 처리미정∼기아/연휴반납 회사살리기 불구 공과금·결제 압박∼한보/공장 풀가동·매출증가 뚜렷 3자인수 쉬울듯∼삼미/미도파·(주)대농외 7개사 파산절차 밟을듯∼대농/(주)진로·쿠어스 화의통한 재기 가능성 남아∼진로지난 95년 우성그룹의 부도 이후 무너진 대기업집단(재벌그룹)은 모두 13개. 계열사는 1백26개나 된다. 그 가운데 최근 국가경제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기아·한보·진로·대농·삼미등 대형기업들은 부도유예와 도산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회생을 위한 주요그룹의 자구노력과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기아그룹=부도유예 만료를 10일 남겨둔 가운데 17일까지 무려 6천2백16명이 퇴직했다. 이는 그룹 전체 임직원의 10%가 넘는 수며, 기아가 연말까지 감축키로 한 8천8백35명의 70%에 달하는 규모. 특히 이기간 중 1백11명의 임원이 줄었다. 자산매각은 경기침체로 당초 계획대비 미흡한 실적이나 공사가 진행중인 여의도 본사일부, 김포장기리 아파트부지 등 14건에 달하는 금싸라기 땅은 팔렸다. 또 상담이 급진전, 연말까지는 1조5백84억원의 자산매각 계획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월급 및 상여금, 휴일수당 반납 등 인건비부문에서 1천1백85억원, 재료비 및 제반경비 절감부문에서 1천4백99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28개 계열사를 통폐합과 매각을 통해 5개로 줄인다는 목표아래 기아정기와 기아중공업을 합병키로 한데 이어 기아자판·기아대전판매·기아인터트레이드의 통합도 추진중이다. 부품업체인 모스트의 경우 보쉬와, 한국AB시스템은 ITT사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아는 김선홍회장 및 기아·아시아자동차 등 주력업체의 처리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그룹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보그룹=한보는 지난 2월4일 재산보전관리 조치이후 조직 통폐합과 인력정비, 제도개선, 비용절감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펴고 있다. 한보철강은 지난 2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상여금과 성과급의 지급중지, 임원 12명(39%) 감원 및 연봉삭감과 함께 생산·판매비 이외의 복리성 경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의 극한감축을 결의, 시행하고 있다. 조직개편과 인력재배치로 5백여명의 인력을 줄였다. 그러나 가파른 원재료 가격상승과 환율 인상에 따른 원가부담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6개월동안 공사재개가 지연되면서 B지구 유지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정태수총회장의 증여세를 비롯한 제세공과금 및 납품업체들의 현금결제 요구 등으로 자금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한보는 지난 추석연휴 기간 동안에도 당진제철소 A지구 1천여 생산직 사원들이 추석연휴, 특별보너스 등 예년의 모든 수혜를 반납하고 연휴 5일동안 회사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삼미특수강=「보라! 삼미의 재기를, 가자! 경영정상화로.」지난 3개월동안 삼미특수강 창원공장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지난 3월 부도와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미는 빠른 속도로 조업이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달 부터는 풀가동에 들어간 상태. 창원공장 생산량이 지난 7월 1만5천톤에서 8월에는 1만8천톤으로 늘어났고, 자금회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원료구입과 가동에는 어려움이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3월 한달간의 조업중단으로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이 재고조정이 이뤄져 현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유럽지역으로 제품수출이 다시 이뤄지는는 등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미특수강은 올해초 봉강과 강관 등 적자사업을 포항제철에 매각한 뒤 현재는 알토란같은 스테인리스 강판사업만 갖고 있어 채권은행단의 자산실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제3자인수가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농그룹=미도파 외에 그룹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다. 부동산과 계열사 매각등 자구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 그러나 대농은 지난 11일 (주)대농이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법정관리를 신청,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금융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농은 부도유예기간 동안 10개사를 매각, 현재는 (주)대농을 포함해 11개업체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대농중공업과 메트로프로덕트는 지난달 25일 채권금융단 전체회의에서 제3자 매각이 결정됐다. 미도파와 (주)대농을 제외한 7개사는 매출과 자산규모가 크지 않고, 인수희망업체도 없어 파산가능성이 높다. 미도파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부동산과 계열사 매각대금의 상계처리가 완료되고 그동안 연간 2백억원정도를 쏟아붓던 계열사지원금도 없어지게 돼 한결 몸이 가벼워지게 된다』며 『미도파 매장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로그룹=자구노력의 차질로 지난 8일 (주)진로등 6개사에 대해 법원에 화의신청을 했다. 이들 계열사는 9일 쿠어즈맥주를 제외하고 최종부도처리,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해졌다. 법원은 최근 (주)진로, 진로쿠어즈맥주, 진로인더스트리즈등 3개사에 대해 화의의 첫단계인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내렸으며, 나머지 3개사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진로는 6개사에 대한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질 경우 채권금융기관들이 모기업인 (주)진로와 진로쿠어즈맥주는 화의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있다. 유통 ·인더스트리즈·식품·건설등 나머지 4개사와 부도방지대상에서 제외됐던 GTV등 군소계열사들은 조속히 매각한다는 방침. 진로는 경비절감을 위해 임원은 전체(1백41명)의 53%인 1백41명을, 직원은 전체(7천2백명)의 23.6%인 1천7백명을 각각 줄였다.【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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