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돈 만들기 확실한 계획도 없이… 행복기금이 '불행기금' 될라

■ 국민행복기금 재원 계획 구멍<br>신용회복기금 현금자산<br>실제 5,500억에 그쳐<br>캠코 차입금도 불투명<br>모럴해저드 우려도 커<br>명확한 운영원칙 필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가계부채 해결에 나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은 당초 재원마련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돼 있다는 평가가 많아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빨리 시행될 정책으로 꼽혔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의 조성과 집행을 담당할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재원마련 계획에 중대 오류를 지적하고 새누리당 발표와 달리 추가 재정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커지게 됐다.


국민행복기금은 발표 당시부터 채무자가 빚을 갚아야 할 기본 책임을 외면하게 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고 시장경제 원칙의 훼손,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하는 채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주요 공약의 재원에 기초적 정보도 확인하지 않은 문제점도 새로 드러났다.

국민행복기금이 출범 전부터 큰 장애물을 만난 것은 재원 추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대선기간 국민행복기금 18조원 조성을 앞세워 서민의 가계부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금의 종잣돈을 1조8,600억원으로 하고 이 돈을 각각 자산관리공사(캠코) 내 신용회복기금 잔액 8,600억원,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다음달 21일 청산될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3,000억원 등을 합쳐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구체적 재원계획을 밝혀 자금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실제 정부가 따져보니 7,000억원가량의 재원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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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08년 9월 출범한 신용회복기금은 당초 7,000억원의 기금으로 출발했다. 4년 이상 기초수급자나 서민의 채무를 탕감하거나 고금리 채무를 저금리로 바꿔주면서 기금은 현재 5,500억원 규모로 줄었다. 애초 신용회복기금에서 조달하겠다고 새누리당이 밝힌 8,600억원은 가능한 재원이 아니었다.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8,600억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캠코는 신용회복기금이 채무재조정을 위해 그동안 매입한 부실채권 6조6,000억원을 자산으로 보고 환산하면 3,000억원가량 된다고 했지만 캠코도 이들 채권이 현금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다음달 21일 청산될 부실채권정리기금 역시 불투명한 재원이다. 기금 청산 후 3,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남을지도 불확실하지만 설사 생기더라도 주인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상환기금이다. 정부 관계자는 "멋대로 전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캠코가 차입금 등을 통해 7,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캠코도 공사채 발행을 통해 7,000억원가량을 마련, 국민행복기금에 투입할 수는 있지만 부실채권 매입 등 기존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려면 증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캠코는 최근 정부 사업을 계속 떠맡아 부채비율 등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결국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에 난 구멍을 메우려면 정부가 7,000억원 이상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와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 공무원들도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조장할 수 있고 성실 채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다 기금의 부실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의 지원 대상과 기준을 정하고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안을 꼼꼼하게 수립하더라도 시장 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정책이어서 여론 수렴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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