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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백리길, 남해의 보석같은 섬 따라 42㎞… 여기가 낙원이구나

한산대첩 현장 한산도 역사길에서 일출·낙조 장관 매물도 해품길까지<br>발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이야기<br>동백나무 군락지·들꽃 등 자연도 만끽

미륵도 달아공원에서 굽어본 해 질 녘 한려해상국립공원 모습이 마치 운무에 잠겨 있는 거대한 산맥을 보는 듯 신비롭다. 오직 한려해상의 노을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이 있을 만큼 유명한 낙조 포인트인 달아공원 전망대에는 통기타 공연팀이 선사하는 노래와 연주에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할 새가 없다. /사진제공=국립공원관리공단

소매물도 등대길의 시작을 알리는'한려해상 바다백리길'표시. 선착장에서부터 이 파란선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면 소매물도 등대섬의 그림 같은 자태를 볼 수 있다. /박윤선기자

짙푸른 바다를 마주보고 서 있는 하얀 등대는 섬 여행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소매물도 망태봉에서 바라본 등대섬은 온갖 야생식물로 가득한 초록 들판이 바다와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가슴을 절로 시원하게 한다. /사진제공=국립공원관리공단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백리길을 만나는 길은 간단치 않았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 지 꼬박 5시간,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쾌속선에 몸을 싣고 또 30여분을 달려 겨우 통영과 매물도의 중간쯤에 있는 비진도에 도착했다.

깎아지는 듯한 해안 절벽에 배를 대고 숨돌릴 겨를도 없이 다시 앞만 보고 섬을 오르길 20여분쯤 지났을까 한쪽엔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다른 한 쪽엔 탁 트인 바다가 나란히 놓인 바다백리길만의 이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갯내음 가득한 10월의 바닷바람이 비탈길을 오르느라 흘린 땀을 시원하게 씻어줬다.


◇산호길ㆍ역사길…이야기가 있는 바다 백리길=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4월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 10일 완공한 바다백리길은 미륵도와 한산도ㆍ연대도ㆍ비진도ㆍ매물도ㆍ소매물도 등 통영지구를 대표하는 섬 여섯 곳에 조성한 걷기 코스다. 주민들이 다니던 작은 오솔길을 그대로 살려 중간중간 전망대나 난간 등을 만들었다. 전체 코스 길이를 모두 합하면 42.1㎞로 공교롭게도 마라톤 코스와 거의 일치한다.

오솔길이라고 해서 유유자적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상상했다간 큰 코 다친다. 비교적 쉬운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오르막길 코스가 있어 약간은 긴장을 할 필요가 있다.

6개 섬의 코스를 모두 맛보기 위해서는 통영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빼더라도 4박5일 정도는 필요하다.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때 배를 이용해야 하는데다 여객선 항로에 따라 통영으로 다시 돌아갔다가 다른 섬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일일 여행을 간다면 섬 한 곳을 돌거나 인접한 섬 두 곳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어떤 섬을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된다면 먼저 바다백리길 6개 코스에 붙어 있는 이름을 눈여겨보자. 이순신 장군의 지휘아래 삼도수군통제사 통제영이 설치돼 있던 조선 수군의 근거지이자 최대 전승지인 한산대첩의 현장인 한산도 역사길을 비롯해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오가던 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연대도 지게길과 코스 어디에서든 일출과 낙조를 볼 수 있다는 매물도 해품길, 가까운 달아공원과 섬의 마스코트인 등대에서 이름을 따온 미륵도 달아길과 소매물도 등대길까지 바다백리길에 붙은 이름은 각 섬의 사연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바다백리길 여행 첫날 찾은 곳은 6개 섬 가운데에서도 가장 먼저 백리길 조성이 시작된 비진도 산호길이었다. 두 개의 섬과 이들을 연결해주는 가늘고 긴 모래톱 주변 바다가 비취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서 보면 모래만 있는 것 같았던 모래톱은 가운데 난 길을 중심으로 한 쪽은 모래사장, 다른 한쪽은 몽돌로 이뤄져 있다. 그리 넓지 않은 해변이지만 한여름이면 야영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고 한다.

총 4.8㎞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가파른 길이 많기 때문에 빠른 걸음이라면 2시간 반, 넉넉히 걸으려면 3시간은 잡아야 한다.

◇동백나무 원시림과 구절초 꽃밭…섬만의 자연 만끽=높은 전망대에 올라 섬 풍경을 조망하는 것도 좋지만 섬을 차분히 걸으며 남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들꽃이며 나무를 만나는 것도 걷는 여행만의 재미다.

대표적인 예가 산호길 동백나무군락지다. 울창하게 자란 동백나무 숲에 들어서면 마치 동굴에 있는 듯 한낮에도 빛 한 줄기 들지 않는다.

인위적인 포장 없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크기의 오솔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좁쌀만한 보라색 꽃망울이 층층이 맺힌 산박하와 흰색 쌀알을 머금은 듯한 며느리밥풀꽃이 가을 들판을 가득히 메워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철새와 야생화가 사랑한 섬, 소매물도도 남해의 자연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섬 가운데 하나다. 크라운 제과의 쿠크다스라는 과자 CF의 배경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소매물도는 고작 10가구가 사는 작은 섬이지만 한 해 이 곳을 찾는 인구는 무려 40만에 이르는 인기 여행지다.

등대길은 길이 3.1㎞,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섬은 작지만 나무가 적고 들풀과 꽃이 많아 마치 드넓은 초원에 온 듯한 뻥 뚫린 시야가 등대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느 곳에서나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비탈 곳곳에는 남해안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며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구절초나 갯쑥부쟁이 같은 가을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소매물도를 포함한 주변 섬은 철새들의 단골 쉼터 역할도 한다. 본섬에서 바라보면 마치 손가락 몇 개를 펴 놓은 것처럼 생긴 가익도라는 바위섬이 보이는데 이 섬의 왼편은 흰색처럼 보인다. 몇 사람이 서 있기도 어려워 보이는 그 작은 섬을 찾는 셀 수 없는 가마우지들이 '실례'한 자국이라고 한다. 6월이면 괭이갈매기가 소매물도를 하얗게 뒤덮는 장관을 볼 수도 있다.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 높이 152m의 망태봉에 오르면 소매물도의 상징과도 같은 등대섬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초록빛 언덕 위에 높은 흰 등대와 섬 왼편에 늘어서 있는 병풍바위는 어떤 카메라로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다.


운이 좋아 물 때 시간이 맞는다면 본섬과 등대섬을 이어주는 열목개를 걷는 신비한 경험도 놓칠 수 없다. 하루 두 번 바다가 갈라지고 70m의 몽돌길이 드러나는데 길 양쪽으로 파도가 들이치는 풍경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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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1박2일 코스

1일 매물도 해품길

2일 소매물도 등대길

▲4박5일 코스 (전 구간 탐방)

1일 연대도 지겟길-미륵도달아길/일몰 감상

2일 한산도역사길/제승당 탐방/전혁림 벽화거리 탐방/자전거무료체험

3일 비진도산호길-매물도 해품길

4일 소매물도 등대길-통영 동피랑 언덕 관광

5일 미륵도달아길 미륵산 탐방(시작점까지 택시 이용 유리)

▲관광정보

한산도탐방지원센터 055-649-9207

연대도에코체험센터 055-649-2263

소매물도 물때 및 민박집 정보 www.maemuldo.go.kr

배편예약 www.seomticket.co.kr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 www.ttdc.kr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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