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학술정보 생산·유통 국가가 나서라


우리나라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계속 성장ㆍ발전할 것인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 주저앉을 것인가는 국가 차원에서 인적자원 개발과 학술정보 유통 전략 수립ㆍ집행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적자원 개발과 학술정보 유통은 지식정보사회 이전까지는 별개의 주제로 다뤄져왔지만 지금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다루지 않으면 시너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 확보한 미국 등 유통 독점


학술정보자원은 학술 연구와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학술지ㆍ학위논문 등을 포괄하며 세계적으로 그 생산량이 수만 종을 넘는다. 이를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지 못하면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신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이 최근 세계 학술정보자원의 유통을 좌지우지하며 무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ㆍ네덜란드 등 극히 일부 선진국은 전 세계 학술정보자원의 저작권을 대부분 확보, 유통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도서관계나 학술정보 유통기관이 발버둥을 쳐도 이를 타개할 아무런 힘도, 무기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학술정보자원 확보는 국가적으로 선택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다뤄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학술정보자원보다 해외 선진 학술정보자원을 수집ㆍ활용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국내외 학술정보자원을 재가공해 활용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학술정보자원을 수집ㆍ활용하는 데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크지 않았고 지속적이지도 못했다. 역대 정부는 인적자원ㆍ과학기술 개발을 강조하면서 학술정보자원 수집ㆍ정리ㆍ유통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배정된 국가 예산은 매우 미미하거나 제일 먼저 삭감되는 비운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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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정부는 우리 자신의 고유한 학술정보자원이 없으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며 하나의 학술정보가 경제적 자원으로서의 값어치를 지니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가 자산으로 탈바꿈하기까지 끊임없는 시간과 예산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초라한 국가 학술정보자원의 총량을 늘리고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술정보자원 관리기관들도 향후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인적자원 개발과 연계한 학술정보자원 유통체계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협력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학술정보자원 유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충분한 예산 지원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논의는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 것이다. 나아가 어렵사리 이룩한 성과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학술정보자원 관리기관들의 흥망성쇠가 이를 말해준다.

지식강국화 전략 차원서 접근을

우리 정부와 유관기관은 결국 사람이 이러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고유의 학술정보자원을 생산하고 활용한다는 진리를 국가 정책 수립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기반을 통해 국가 예산이 투입돼 생산된 학술정보자원에 대한 유통체계 구축은 단순한 서지정보 제공을 뛰어넘어 지식 강국화 전략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국내 연구자들이 한국연구재단 산하 기초학문자료센터에 연구 보고서와 함께 원자료나 중간 산출물, 연구 성과물에 대한 공유를 요청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우리 고유의 학술정보자원에 대한 수집ㆍ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국가 차원에서 유관기관과의 역할 분담ㆍ협력 추진으로 그 성과를 확산시켜 경쟁력 있는 학술정보자원의 재생산 및 유통을 촉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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