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美 국립과학硏 '제3 전성기'

'녹색에너지 기술 확보' 정부서 전폭 지원<br>시설 확충·인력 충원등 나서

넘치는 예산과 정부 지원금으로 미국의 국립 과학연구소들이 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오크리지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자료=WSJ

미국의 국립 과학연구소들이 제 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들 연구소는 2차 세계대전 때 사활을 걸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필두로 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대체에너지 개발을 책임진데 이어 오바마 정부가 들어와서는 녹색에너지 기술 확보를 위해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전기자동차, 저탄소 기술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면서 2차 세계 대전 때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오크리지, 아르곤, 로스 알라모스 등 국립연구소들이 오일쇼크 이후 수 십 년 만에 호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게놈프로젝트 등 몇몇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비난 속에 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돼 온 이들 연구소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녹색에너지 기술 개발의 중심으로 돌연 급부상한 것이다. 테네시주 녹스빌에 위치한 오크리지 연구소는 70년대 이후 손을 놓았던 핵융합 기술 등 기술 개발에 다시 착수했다. 스위치글래스(일종의 잡초)와 포풀러나무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추출,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 조성된 기금에서 7,120만 달러를 받아 연구 시설을 대거 확충하면서 가능해졌다. 오크리지 연구소장인 톰 메이슨은 "우리는 연구 목표와 연구 우선 순위를 재조정했다"고 말했다. 오크리지연구소는 앞으로 18개월간 800명의 과학자를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이는 전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기부금이 줄면서 인근의 테네시 대학교가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캘리포니아 소재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역시 대체에너지와 컴퓨터 기술,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개발을 명분으로 2억 4,000만 달러를 받았다. 뉴욕의 브룩헤이븐연구소도 정부에서 받은 2억6,100만 달러를 투입해 광(光)생성기의 성능을 종전보다 1,000배 증대시킬 예정이다. 여기서 만든 빛을 이용하면 물질 내부를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고성능 배터리, 컴퓨터 칩이나 의약품 개발에 활용된다. 미 에너지부 과학국 산하 국립연구소에는 경기부양 추가지원 명목의 자금만 16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 예산 또한 크게 늘었다. 미 에너지부 과학국 예산은 지난 9월 끝난 2009 회계연도 예산이 지난해보다 18%가 늘어 48억 달러에 달했다. 이들 예산이 집행되면서 1,400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대학에서도 1,4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경기 침체로 감원공포에 떨던 민간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하이어에듀케이션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대학 연구소의 5%가 과학자를 줄였으며, 31%는 지원인력을 감원했다. 또 대학연구소의 40%는 인력을 동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지원이 국립 과학연구소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반대론도 거세다. 대학과 민간 업계들은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이 그 동안 DNA 연구 등 몇몇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관리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대학의 순수 연구부문에서의 성과도 국립연구소 못지 않게 크다는 것이다. 페르미연구소장을 역임했던 UC산타바바라의 부총장인 마이클 위더럴은 "대부분의 과학적 성과는 톱다운 방식의 정부 지원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치인에게 국가의 과학기술 개발에 대해 지나친 권한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투자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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