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인재 타임산업사장/연기없는 석쇠개발에 1년 불태워(창업스토리)

◎숯불판속에 물넣어 일정온도유지 자랑/방사열로 구운 고기맛 일품 주문쇄도이인재 타임산업 사장(46)은 「안타구이 숯불판」이라는 신제품을 개발했다가 지옥과 천국을 번갈아 다녀왔다. 이사장은 수냉식 석쇠인 「안타구이 숯불판」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집 두채를 날리고 빚더미 속에서 사글세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제는 팔아치웠던 집 두채를 다 찾고 은행에 여유돈을 예금해놓을 정도로 완전히 올라섰다. 『사업초창기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저의 위치가 꿈만 같습니다.』 이사장은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6년여의 세월이 걸렸다고 회상한다. 대기업 샐러리맨 생활을 그만두고 플랜트설계사무소를 차려 운영하던 이사장이 「안타구이 숯불판」을 착상해낸 곳은 지난 88년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이었다. 『직원들과 회식을 하기위해 회사 근처 음식점에 들어서는 순간 자욱한 연기로 숨을 못쉴 지경이었어요. 직원들이 타버린 고기는 건강에 좋지않다며 아예 버리는 것을 보고는 해결책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사장은 곧바로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고기가 타고, 연기가 나는 이유는 불고기 구이판이 너무 뜨겁기 때문으로 판명됐다. 석쇠의 온도가 섭씨 4백∼5백도로 달아오르다 보니 석쇠에 닿은 고기부분이 금새 눌어붙어 타버리는 것이었다. 따라서 구이판의 온도를 적정선에서 억제할 수만 있다면 불고기요리의 최대 문제점인 타고 연기나는 것은 해결 가능하다고 이사장은 판단했다. 『숯불판을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만들어 물을 채워넣으면 석쇠의 온도를 섭씨 1백도 정도로 유지할 수 있을거야!』 평소 공장의 배관설계업무를 해온 이사장의 머리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사장은 서둘러 시제품을 만들었다. 물을 채워넣은 숯불판의 온도는 아무리 불길이 뜨거워도 섭씨 1백10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1백도가 넘는 순간부터 스테인리스관 속의 물이 끓어 기화열로 흡수해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패작이었다. 고기는 타지 않았지만 연기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연기를 없애기 위해 석쇠를 둥글게 만들고 숯불통을 양쪽에 배치, 기름이 중간 기름받이로 떨어지게 궁리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참숯이나 열탄을 사용하는 이 장치는 석쇠의 열에 의해서가 아니라 숯불에서 바로 올라오는 방사열로 직접 고기를 굽기 때문에 맛 또한 월등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사장은 90년 수냉식 석쇠를 완성, 「안타무연 숯불구이 세트」로 이름짓고 판매에 나섰다. 특허까지 따놓은 터라 이사장은 사업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냉식 석쇠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 설명을 하면 모두가 수긍을 하면서도, 중소기업 제품이라 품질과 애프터서비스 등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이사장은 『언젠가는 내 제품을 알아줄 것』이라며 「안타무연 숯불구이 세트」의 사업화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이사장은 집 두채를 포함, 6억원의 돈을 날렸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한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언론에 호소해보자는 생각에서 94년 봄 서울경제신문을 찾아왔다. 본지 94년4월26일자 「화요마당­사업화를 기다리는 신개발품」란에 안타구이 숫불판이 소개되면서 이사장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오고 판매 대리점을 하겠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안타구이 숯불판의 매출액은 금새 월 1억원선으로 크게 늘어났다. 94년 처음으로 적자를 면한데 이어 95년 흑자폭이 커지자 이사장은 서울 강서구에 공장부터 마련했다. 지난해 외형은 20억원에 달했다. 『사업에 한번 불이 붙으니 날렸던 집 2채는 금방 찾아지더군요.』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자신의 브랜드로 신개발품을 팔기가 무척 어려운 만큼 독특한 판매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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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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