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서민 울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김민열 기자<경제부>

“애꿎은 서민만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것 아닙니까.” 5일부터 가구별 대출 규제를 의미하는 ‘2단계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방안’이 시행되자 은행 창구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은 가구별로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채무상환 능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아파트담보대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가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만 몰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집값 급락에 따른 담보대출의 연쇄부실을 사전에 차단, 은행 등 금융권의 리스크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 발표에는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걱정하는 문구로만 가득 찼을 뿐 새로운 규제 시행에 따른 서민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시중 은행 창구를 찾은 K씨는 “10년 넘게 2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이달 말에 분양받은 30평대 아파트로 이사 갈 예정이었으나 집도 안 팔리고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할 수도 없어 연체이자를 물어야 될 상황”이라며 “금리가 더 비싸더라도 신용금고 쪽을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하소연했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L씨(28세)도 “직장은 강남이지만 근처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해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수년 동안 모은 돈에다 담보대출을 받아 강북 지역의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데 미혼 대출자에 대한 규제 때문에 얼마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했다. 새로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서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반면 부자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실정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부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세무 조사에 대비해 자금 출처를 명확히 해두기 위해서”라며 “대출이 강화되면 대출을 갚아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8ㆍ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는 가수요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며 손익계산에 분주해 있는 반면 1가구 1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 다주택 보유자들은 부유세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임차인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꺼내든 ‘주택담보대출 세대별 제한’이 은행의 경영 내용에 일일이 참견하는 것은 물론 실수요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겨주는 셈이다. 천편일률적인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고집할 경우 실효성 있는 효과는커녕 서민들의 피해만 양산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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