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넘어] <4> 글로벌시장 공략 첨병 수출진흥기관

'역할 커진 수출 도우미' 신흥시장·中企 해외진출 길 뚫는다<br>KOTRA·한국무역협회 등 네트워크 열악한 中企대상 시장 발굴·실무 전방위 지원<br>정부도 '수출진흥 예산' 늘려 인프라 확충 등 적극 나서야

올해 초 일산 킨텍스에서 KOTRA 주최로 열린 '바이 코리아(Buy Korea) 2011' 에서 국내 중소기업 직원들이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OTRA



지난 10월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는 리비아 시민군과 카다피 정부군과의 교전으로 아비규환이었다.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속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이길범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은 의연했다. 이 관장은 산업 메신저답게 현장의 시장 상황을 상세히 전해줬다. 같은 달 21일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사살된 직후에 가진 통화에서 이 관장은 "한국 기업이 리비아 진출에 앞서 정국과 치안 상황을 좀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전후 복구사업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04년 6월 이라크 테러단체가 고(故) 김선일씨를 납치, 살해하는 비극적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현지 KOTRA 무역관은 정보 안테나 역할을 하며 현장을 지켰다. 전세계 76개국에 111개 무역관을 두고 있는 KOTRA는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첨병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좀처럼 접근하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의 KOTRA 무역관들은 현지 진출 중소업체들에 커다란 원군이다. 오성근 KOTRA 부사장은 "무역사절단의 60% 이상이 신흥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올해도 12개 무역관이 모두 신흥시장에 생겼는데 향후 인력배치도 신흥시장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신흥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OTRA 등 수출진흥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구의 증가, 국내총생산(GDP)의 상승 추이 등을 봤을 때 향후 10년 후에는 신흥시장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대기업은 이미 해외 네트워크망을 잘 갖춰놓았고 앞으로도 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을 좀 더 중점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아프리카ㆍ미얀마 등의 신흥시장에는 대기업 몇 개 외에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자신 있게 나가기가 힘들다"며 "정부를 등에 업고 있어 수월하게 나갈 수 있는 KOTRA와 같은 지원기관들이 대기업의 해외투자시 중소기업이 동반진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KOTRA 등은 수출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를 위해 해외시장을 발굴해주고 무역실무를 도와주는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철강 코일 압연 전문기업인 대홍밀텍은 태국 바이어로부터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다. 지난해 초 국내 거래처의 해외 사무소 소개로 현지에 제품을 간접 수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품을 써본 업체가 재구매 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문제는 해당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조차 무역실무에는 문외한이었다는 점. 회사는 한국무역협회 종합무역컨설팅지원단(trade SOS)에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단의 도움으로 수출가격과 조건에 대한 협상 끝에 3개월여 만에 최종 수출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도 돕고 지원기관들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제품은 많은데 사람이 없어서 못 파는 부분이 많다"며 "업체의 의뢰로 기관이 움직이기보다 반대방향으로 기관들이 먼저 바이어를 발굴, 업체들과 연결시켜주는 등의 활동을 하는 조직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출진흥기관의 활동을 한층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례로 KOTRA의 올 한해 예산규모는 국고보조금 1,997억원, 자체수입 332억원 등 총 2,329억원이다. 이 가운데 111개 해외 무역관의 조직망 운영비로 615억원, 수출 마케팅과 정보조사ㆍ투자유치 등의 사업비로 790억원이 책정됐다. 이에 비해 KOTRA와 유사한 성격의 기관인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경우 올해 기준 한 해 예산이 1조7,000억원가량이다. 일본의 무역규모는 한국의 1.5배 정도지만 일본 수출진흥기관의 예산은 한국에 비해 무려 7~8배에 달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또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를 높이고 무역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수출진흥기관이 힘써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은 "한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유럽연합(EU) 등과 FTA를 체결했지만 활용도는 낮다"며 "FTA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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