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카드사는 고리대금업자"

좋은 조건에 고객유치후·연체땐 고액이자등 횡포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카드업체들도 고객들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벌과금과 수수료를 부과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현대판 고리대금업자’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카드업체들이 ‘0%이자율’ 등 좋은 조건으로 고객들을 유치한 후 단 한시간이라도 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최대 연28%에 이르는 이자는 물론 건당 39달러에 이르는 벌과금을 부과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이들의 돈을 우려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카드업체들의 ‘봉'’노릇을 하는 계층은 업계에서 ‘리볼버(revolver)’로 부르고 있는 대금이월고객들이다. 빚진 돈을 일시에 다 갚지 않고 매월 이월하는 이들에게 카드업체들은 아무런 통보나 설명도 없이 이자율을 인상하거나 최저상환금액 비율을 높이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체들이 이런 횡포를 부릴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78년 미국 대법원이 이자율이나 수수료를 연방정부가 규제하지 못하도록 판결한 후부터다. 업체들은 그 후 이자율 제한이 없는 델라웨어나 사우스 다코다주 등으로 본사를 앞다퉈 옮겼고 이 지역에서는 얼마나 높은 이자율을 고객에게 부과할지는 전적으로 업체들의 자유다. 많은 고객들이 카드를 발급받을 때 눈여겨 보지는 않지만 계약서에는 업체가 ‘필요한 경우 언제든, 무슨 이유에서든’ 이자율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있다. 이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이자율이 두배, 세배로 뛰어도 고객들은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착취나 다름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수법으로 미국 카드업체들은 지난해 벌과금으로만 117억달러(12조3,000억원 상당)를 벌었고, 다른 수수료까지 합치면 이들이 고객들로부터 ‘긁어낸’ 돈은 모두 215억달러(22조6,000억원)에 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도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미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소비위축을 염려해 카드업계의 부당관행을 개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금리가 잇따라 인상됨으로써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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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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