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범대도 '취업준비大'로… 교원양성 질적수준 갈수록 하락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br>1부. 문제는 낡은 교육 <4> 21세기 교실의 20세기 교사들


전문교원 키우기 노력 보다는 일반 취업교육 과정에 초점
임용고시통과는 '바늘구멍'에… 학원들보다도 경쟁력 떨어져
"잡무 보느라 수업준비도 벅차" 일선교사는 과중한 업무 호소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대학원에 다니는 장은경(25ㆍ가명)씨는 오는 10월 치러질 공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임용고시)에 응시할 예정이다. 지난 8일 서울 노량진의 한 교원 임용고시 준비 전문학원에서 만난 그는 아직 응시지역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모집요강이 나오면 서울과 경기 지역 중 선발인원이 많은 곳을 택할 생각이다. 수학을 전공한 장씨가 정교사가 되려면 30~40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임용고시를 '로또시험'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교원임용 경쟁률이 갈수록 치솟고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에 진입하고 있지만 부실한 공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교육 부실의 상당한 책임은 교사들에게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원 분야의 최대 약점으로 교원양성교육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현직 교원에 대한 재교육 및 승진ㆍ보상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을 꼽는다. 특히 교원평가 등 경쟁에 노출돼 있지 않은 탓에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교직사회 경쟁력 약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학원보다 경쟁력 떨어지는 교원양성기관=우리나라의 교원 수급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중등 분야가 심하다. 지난해 393개 중등교원 양성기관(사범대ㆍ교육학과ㆍ교직과정ㆍ교육대학원)에서 연간 5만1,000여명의 예비교원이 양성됐다. 그러나 임용고시에서 선발된 인원은 3,842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공급과잉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재원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중등교원 양성기관의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져 결국 예비교사의 자질도 떨어뜨린다. 김이경 충남대 교수(교육학)는 "사범대 졸업생의 10% 정도가 교사가 되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 자체를 운영하기는 힘들다"면서 "나머지 90% 학생들의 취업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시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올 초 지방 국립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2월부터 노량진의 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모(24ㆍ여)씨는 "대학에서 4년 동안 배운 교육학 지식보다 학원에서 2개월 배운 게 낫다"고 꼬집었다.


교사의 중요한 자질인 교수법 향상과 리더십 형성을 위한 현장실습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실습과목은 최대 4학점, 실습기간은 평균 1개월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사립대 교수는 "자체적으로 중ㆍ고교를 둔 국립대나 사립대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사립대는 실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생활지도나 학급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쌓지 못한 채 교단에 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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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원양성기관들의 학제와 커리큘럼은 여전히 전공 간 칸막이를 친 상태에서 낡은 편제 그대로 운영돼 통섭과 융합, 창의와 인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중ㆍ고교 교육과정 개편 흐름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번 임용되면 끝…현직교사 질 관리 강화해야=학생과 학부모는 "현직교사의 수업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교사들은 학생 수가 너무 많고 과도한 업무 때문에 가르치는 데 집중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서울의 한 공립고 교사인 조모(29ㆍ여)씨는 "사교육 강사는 학생 수가 적어 개개인의 실력을 알 수 있고 여유롭게 강의를 준비할 수 있지만 담임에다 온갖 잡무를 처리해야 하는 교사는 수업준비를 하는 데도 벅차다"면서 "공교육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행정업무를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직 이직률이 1%대로 외국의 5~6%에 비해 매우 낮다. 노량진에서 고생해서 합격하면 모든 게 끝"이라면서 "현직교사의 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의 승진체계가 단조로워 직무향상의 촉매제로 작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교원승진 단계는 교사-교감-교장으로 너무 단순한데다 교원에서 교감으로 승진하는 과정이 20년 이상으로 너무 길어 적체가 심하다.

이는 학교 현장의 관료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미경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교사의 경력발달 단계상 임용 후 10년 정도 지나면 침체기를 맞는데 이때 자극을 줄 만한 게 없다"면서 "새로운 승진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원들의 교육활동 성과에 따른 보상체제도 미흡하다. 성과급제도가 도입, 운영되지만 교사들끼리 등급을 돌아가며 받거나 아예 똑같이 나눠 갖는 등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30ㆍ여)씨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름의 철학과 역량에 따라 소신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는 교사가 많다"면서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고 고리타분한 방식을 고집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은 평가를 통해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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