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와 주가의 함수

흔히들 주가는 기업 이익과 함수관계를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대통령 탄핵사태가 일어났던 지난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장 중 50포인트 가까이 추락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21포인트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비슷한 상황은 22일 타이완 증시에서도 벌어졌다. 이날 타이완 자취엔지수는 총통선거의 결과를 놓고 여야가 극단의 대립으로 치닫는 가운데 가격제한 폭 근처까지 급락했다. 물론 한국증시는 탄핵사태 이후 곧바로 회복세를 보이며 안정을 되찾았다. 타이완 증시도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과 타이완 증시의 모습은 공교롭게도 너무나 닮은 꼴이다. 아시아의 이머징마켓을 대표하는 두 나라의 증시가 정치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다른 점도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의 탄핵사태가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반면 타이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보다 우세했다. 위로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마냥 안도할 일도 아니다.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언제 한국정치가 주식시장에 도움을 준 적이 있었는가” 하고 반문했다. 하긴 여태껏 국내증시가 정치의 덕을 보고 오른 적이 없었으니 반대로 정치 때문에 떨어질 일도 없는 게 이치에 맞다. 주식투자자들도 그동안 워낙 큰 정치적 격변들을 수시로 겪어온 탓에 웬만한 충격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학습을 통해 정치적 충격에 따른 주가급락은 곧바로 회복된다는 진리를 배웠기 때문이다. 이제 안정을 되찾은 주식시장은 다음달 총선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온 정치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별다른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요즘 들어 대통령선거나 총선의 결과를 염두에 둔 증권사들의 증시전망 보고서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누가 당선되든, 어느 당이 승리하든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 증시전망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브라질 증시는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과감한 개혁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증시는 언제쯤 정치안정을 재료로 외국인의 긍정적인 평가 속에 올라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언제까지 정치가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며 투자자에게 저가매수의 기회만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재용 <증권부 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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