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의 전문변호사] ② 한상구 화우 변호사

2편-도산분야<br>"회생 신청기업 정상화 됐을때 최고 희열"<br>파산선고 받은 동아 건설 M&A 성공 가장 기억 남아<br>"경영권 잃을수도 있다" 의뢰인에 알릴때 난감<br>하비밀러 처럼 평생 한우물 파 는변호사 되고 싶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기 마련인 변호사라는 직업은 실상 유쾌하지만은 않다. 변호사는 사건의 경중을 떠나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 비싼 수임료를 지불하면서 변호사를 찾는다는 것은 그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사망위기에 처한 기업을 상대하는 도산법 전문 변호사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회사 경영진에서부터 근로자, 채권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해 관계인들의 생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인 만큼 항상 무거운 분위기에서 상담이 이뤄집니다. 의뢰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무법인 화우의 한상구(41·사시 33회ㆍ사진) 변호사는 도산분야의 전문 변호사다. 그는 “파산은 물론이고 기업회생의 경우에도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건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됐을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한 변호사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이 스스로 회생하거나 M&A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 정상으로 되돌아갔을 때 도산 전문 변호사로서 최고의 희열을 맛본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1999년 2년여의 짧은 판사생활을 뒤로한 채 법무법인 화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는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고, 고금리 자금줄에 압박을 받던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봇물을 이룰 때였다. 도산 분야가 변호사들 사이에서 전문영역으로 자리잡게 것도 이 시기부터다. 한 변호사도 자연히 화백의 도산팀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는 “특정분야를 염두에 둔 적은 없지만 외화위기라는 시대상황과 맞물려 도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산기업 M&A, 첫 사례 이끌어=도산법의 역사가 미천한 만큼 관련 판례나 연구성과도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참고할 사례가 없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수시로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 만큼 새로운 성과를 이끌어낼 기회도 많았다. 한 변호사는 파산절차에 들어갔다가 제3자 M&A를 통해 기사회생한 동아건설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동아건설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워크아웃 개시 이후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파산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동아건설 채권단은 회생을 인가해준다는 전제 하에 M&A를 추진하는 이른바 ‘프리패키지’ 방식으로 기업의 계속가치를 높이는 안을 제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3월 프라임 그룹측에 매각됐다. 파산선고를 받은 기업이 회생절차를 거쳐 M&A된 사례는 동아건설이 유일하다. 당시 한 변호사는 동아건설 인수자로 선정된 프라임-트라이덴트 컨소시엄측 대리를 맡았다. 그는 “파산선고까지 받은 기업을 되살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회생절차 개시에서 채권단과 인수조건 협의까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혔다”고 회상했다. 통상적인 회생기업의 M&A는 법원 및 법정관리인과 협의하면 되지만, 동아건설의 경우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채권단들의 요구를 모두 고려해야 해 M&A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회생절차 뿐만 아니라 세금,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참고할만한 사례가 없었다”며 “파산선고 받은 기업을 되살리는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지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최근 ‘아시아로’라는 법률잡지에 이 사건에 관한 아티클을 실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심혈을 기울였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7년 이원그룹에 인수된 국제상사의 법정관리 사건이다. 당시 한 변호사는 국제상사 채권단이 출자전환 한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된 이랜드 그룹을 자문했다. 이랜드는 신규자금 투입을 조건으로 법정관리를 종결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법정관리인은 회생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이원그룹에 국제상사를 넘기는 제3자 M&A를 승인했다. 이랜드측은 법정관리인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패소했다. 한 변호사는 “결과적으로는 졌지만, 판결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쪽 주장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졌다”며 “아쉬움이 남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부터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선고를 계기로 국제도산 사건이 도산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외국에서 촉발됐을 뿐 아니라 리만브라더스 같은 다국적 기업이 잇따라 파산이나 회생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변호사도 지난해 미국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기업의 국내 영업점에 대한 법정관리를 대리했다. 그는 “국제도산 분야는 법조문만 덩그러니 있을 뿐, 관련 판례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하비밀러(Harvey Miller)를 꿈꾼다’=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저명한 도산법 전문 변호사 한 사람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가 도산분야 최고 권위자(딜 오브 뱅크럽시 로이어)라고 소개한 그의 이름은 하비밀러. 올해 75세인 하비밀러는 40년 이상 도산법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의 파산 및 회생 관련 자문을 도맡아 처리해왔다. 한 변호사는 하비밀러를 가장 닮고싶은 인물로 꼽는다. 하비밀러의 명성이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 부럽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하비밀러는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오전 8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한다”며 “하비밀러처럼 평생 한 우물을 파는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끄럽지 않은 변호사 되겠다”=한 변호사는 도산법 전문 변호사로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M&A에 참여할 때를 꼽았다. 그는 “입찰 결과를 기다릴 때는 마치 대학수학능력 시험 발표를 앞둔 수험생의 심정”이라고 했다. 안정된 판사직을 뒤로 하고 변호사로 전업한 것도 바로 이런 긴장감 때문이다. 그는 “루틴한 판사업무와 달리 변호사 업무는 역동적인데다, 위험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더구나 도산법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전문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전관이라고 해서 유리한 점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따로 정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은퇴한 뒤 전원주택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아내와 약속했다”며 “그 이전에 미국의 하비밀러처럼 도산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변호사 12명… 업계 선두 주자
●화우 도산팀은
법무법인 화우의 도산팀은 변동걸·강보현 대표를 필두로 류병채, 한상구 변호사 등 12명의 전문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변 대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수석부장판사, 한국 도산법 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판사 재직 시절 도산법 관련 실무의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대표는 공영토건과 신화건설 등 다수 기업의 파산관재인을 맡은 국내의 대표적인 도산법 전문가다. 화우는 지난 수년간 LG상사, 두산건설, 진로, 이랜드, 동보건설, 극동기연, 경남모직 등 30여개 주요 기업의 기업회생절차와 파산선고 신청, 다수의 국제도산 사건을 처리해 도산분야에서 업계 선두주자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파산절차에 들어간 동아건설을 프라임산업에 인수시키는 등 회생기업 M&A에서도 남다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화우는 지난 2003년 도산분야에 강점을 보이던 법무법인 화백과 우방이 합쳐 탄생했다. 2006년에는 법무법인 김신유가 가세하면서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200여명의 전문가를 거느린 대형 로펌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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