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안기부 시절 정ㆍ관계 및 재계ㆍ언론계 인사들을 무차별로 도청한 미림팀은 여의도ㆍ조계사 부근의 유명 접객업소 직원 등에 돈과 선물 공세를 펴며 주요 인사의 식사일정 등을 파악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안기부에 포섭된 이들 정보 협조자는 이른바 ‘망원’으로 불리며 미림팀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았다.
지난 91년 출범 후 93년 7월 조직개편과 함께 해체됐다가 94년 재구성된 미림팀은 92년 대선 당시 도청작업 중 송신기가 한나라당 관계자에게 적발되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원의 불법 도ㆍ감청 의혹을 제기했으나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국정원 당국자는 이날 오전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자체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림팀은 유명 접객업소에서 종사하던 협조자와 장비에 의존해 주로 정치인과 그 측근들을 상대로 도청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망원’들을 이런 식으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당 종업원에 대해서는 사전에 누가 잘할 것이라고 판단해 그 사람에게 돈이나 선물도 주고 해당 식당과는 가끔 음식을 팔아주는 방법 등으로 연분을 맺었다”고 말했다.
망원들은 정ㆍ관ㆍ재ㆍ언론계 유력인사들의 식당 예약사항 등을 사전에 파악해 미림팀에 통보해줬으며 미림팀은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불법 도청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미림팀은 도청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유력인사들의 단골 술집과 밥집을 미리 파악한 뒤 도청기기를 설치해 바로 옆방에서 손쉽게 도청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씨는 94년 미림팀 재건 당시 직원 2명을 선발, 총 3명으로 2차 미림팀을 구성하고 보안유지 및 탐색 활성화를 위해 시내 중심가에 안가를 확보해 활동을 시작했다. 이 조직에 관여했던 전직 안기부 직원은 지난달 21일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주로 조계사 부근 음식점과 여의도 근처에서 도청을 해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91년 7월 안기부 국내 분야 차장 지시로 공운영 사무관을 팀장으로 총 5명으로 조직된 미림팀은 93년 한때 활동을 중단했다가 94년 다시 활동을 재개, 97년 11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시내 중심가의 안가를 중심으로 여당 내부 동향, YSㆍDJ 측근 인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주요 인사의 동향을 주로 도ㆍ감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